제1595장

서정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이번 생에 다시 뵙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정희야, 여섯째가 이토록 지독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너를 여러 번 죽이려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파멸시키려 했으니!” “동생아, 전에는 오빠가 많이 까칠했지? 이 오빠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 “오빠들의 신분을 몰랐지만 탓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온 가족이 모이자 감동의 물결이 흘러넘쳤다. 오롯이 염화진의 눈에만 놀라움과 불가사의가 가득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럴 리가 없잖아. 나를 속였다고?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어?” 염화진의 신념이 무너졌다. 멘탈이 붕괴되었다. 서시우는 무릎을 꿇고 있는 그녀를 보고 일어나라고 했다. “염화진, 괜찮아?” 염화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서정희 앞에 무릎을 꿇고 연신 사과했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 탓이야. 내가 잘못했어.” 그녀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염정훈에게 손발이 부러졌을 때 미간도 찌푸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서정희에게 목숨을 걸고 머리를 조아렸다. 용서를 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속죄하고 있다. 겨우 몇 번 머리를 조아렸지만 이마에 피가 흥건했다. 한 번 조아릴 때마다 머리뼈와 바닥의 격렬한 충돌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염화진, 그러지 말고 일어나. 일어나서 얘기해.” 염화진은 서시우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달려들어 서정희의 손목을 잡았다. 얼굴에서 피가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다른 사람의 속임수에 넘어가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했어.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않아. 차라리 죽여. 죽여줘!” 더 이상 이 세상에 살 면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 서정희는 후회가 가득한 염화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확실히 죽어 마땅해. 하지만 우리 아버지를 구했으니 내 원수이자 은인이야.” 서정희는 염화진이 너무 미웠지만 진짜로 자기 손아귀에 들어오자 손을 쓸 수 없었다. 염화진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