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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장

서정희는 눈앞의 우아한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심플한 면 치마 차림에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뒤로 얹었다. 얼굴에는 화장기 하나 없었지만 아주 어려 보였다.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고 서른다섯 살쯤 된 언니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먼지투성이의 구슬처럼 약간 뿌옇게 되어 있었다. “사모님께서 자식들 걱정에 매일 울다 보니 눈을 다쳤어요. 그래도 셋째 도련님이 이제 나으셨으니 사모님도 조금 기뻐하실 거예요.” “시혁아, 나에게 와봐. 얼굴 좀 보자꾸나.” “어머니, 나 여기 있어요.” 서시혁은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 강은정은 몸을 숙여 어릴 때처럼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우리 시혁이 이렇게 컸네. 엄마는 이제 잘 안 보여.” 윤곽만 조금 볼 수 있을 뿐 구체적인 물체는 제대로 볼 수 없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서시혁은 감정이 복받쳐 강은정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사모님께서 셋째 도련님의 기분이 좋지 않으시다고 도련님에게 혹시라도 더 큰 영향을 미칠까 봐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어요. 여섯째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 아버지도요?” “네. 반년 동안 어르신이 너무 바빠서 사모님 보러 올 시간도 없었어요.” “됐어. 오늘 시혁이가 친구를 데려왔다면서?” 강은정의 시선이 서정희를 향했다. 서정희는 남초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일도 여섯째 아가씨와 관련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서시월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강은정이 부르자 서정희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 이쪽은 서 선생님이에요. 제 불면증과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줬어요.” “서 선생님, 역시 대단하시네요. 요 몇 년 동안 국내외 의사들을 불러서 시혁이 병을 진찰했는데 병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죠. 서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네요.” “과찬이십니다. 그저 우연히 시혁 씨의 병을 치료했을 뿐입니다.” 강은정도 시혁 씨라는 호칭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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