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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지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다리를 치료해 주고 나면 더 이상 얽힐 일이 없으니, 저도 그에게 제 정체를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사실 처음에 허정운을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의 관계가 열악해져 그녀도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서이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적어도 그에게 네가 그의 다리를 치료해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알려줘야지.” 지수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말해 줘서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라고요? 저는 그냥 그와 선을 긋고 싶을 뿐이에요. 앞으로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아요." 서이수는 그녀를 한 번 노려보더니, 안쓰럽고 어쩔 수 없는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 같은 바보는 본 적이 없어!" 지수현은 빙그레 웃더니 다른 화제를 꺼냈다. 오늘 저녁, 지연정과 백설아도 이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예전에 두 사람이 유학할 때, 유학생 모임에 이건호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지연정에게 첫눈에 반해 오랫동안 지연정을 쫓아다녔다. 그러나 지연정은 그를 거절했고, 그 뒤에 다시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번 리조트에 가서 백설아랑 지연정이 이건호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지연정은 그제야 이건호가 국내의 유명한 감독 이진영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진영의 새 영화 ≪천년만년≫의 몇몇 장면을 진경 그룹의 리조트에서 촬영했기에 그가 따라와서 며칠간 놀았다. ≪천년만년≫은 신분을 숨긴 망국공주와 적국왕자가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예산만 해도 600억 원이 들었으며 남우주연상을 탄 시승훈과 여우주연상을 탄 진여안이 출현했다. 두 사람은 대본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데다 이진영 감독의 영화는 거의 혹평이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방영되기도 전에 시선을 끌었다. 백설아가 연예계에 진출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지연정은 이건호가 백설아에게 감독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 그와 밥을 몇 끼 같이 먹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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