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일단 나부터 놔줘."
허정운은 움직이지 않은 채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가 리조트의 일로 사과하러 왔으나 내가 만나주지 않았어.”
지수현은 조금 짜증이 났다.
"네가 그를 만나든 말든 나랑 아무 상관 없어. 나를 놔줘!"
"그때 너를 오해해서 미안해.”
지수현은 허정운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왠지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혼하자고 한 뒤부터 얘는 늘 내게 사과를 하는 것 같아.’
‘근데, 미안한 일을 안 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허정운, 내가 이미 네게 말했듯이, 나는 그 일을 신경 쓰지 않으니 내게 사과할 필요 없어."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보자 허정운은 문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는 그 일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아니면 나란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지수현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차이가 있어? 너에 대해 아무런 환상도 품지 말라고 말한 건 너야. 나는 이미 그 말에 따랐는데, 뭐가 또 마음에 안 들어?"
허정운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무섭도록 어두운 얼굴을 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이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마. 나는 너랑 이런 사랑놀이를 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지수현이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거실로 돌아온 지수현은 살짝 짜증을 내며 소파에 앉았다.
‘아무래도 빨리 방법을 생각해 내 허정운의 다리를 일찌감치 치료해 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언제 이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이튿날 아침, MY앞에 도착한 지수현은 문어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전이경과 백설아를 만났다.
지금 두 사람은 리조트에서의 그런 방자한 기세가 전혀 없이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저 미안한 표정의 어느 정도가 진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지수현 씨, 제가 오늘 설아랑 같이 리조트에서의 일을 사과하러 왔어요. 당시 제가 진상을 알지 못해 그쪽을 오해했으니 미안해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옆에 있던 백설아도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수현 씨,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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