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허정운의 벨트 버클이 풀리자 지수현의 심장박동도 저도 모르게 잠시 멈춰버렸다. "벨트를 좀 빼줘."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야릇하게 변하는 것을 눈치챈 지수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웃음기를 살짝 띤 허정운의 목소리가 머리 위쪽에서 들려왔다. "너, 정말 부끄러운 거 아니야? 부끄러우면 부끄럽다고 인정해. 비웃지 않을 테니까." 미간을 찌푸린 지수현이 고개를 들다가 허정운의 놀리는 듯한 눈빛과 마주치자, 속내를 들킨 부끄러움에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부끄럽기는 누가 부끄럽대!” 그녀는 이 말고 함께 허정운의 벨트를 빼내서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지고는 바로 일어나서 잽싸게 그의 바지를 벗겨냈다. "팬티는 벗을 필요 없지?" “네가 벗기고 싶다면 나도 상관없어.” 지수현이 코웃음치더니 말했다. "내 눈을 버릴까 봐 두렵네." 허정운의 몸에 난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기에 샤워를 할 수는 없고, 그저 수건으로 몸을 닦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을 닦아 줄 때, 지수현은 조금 전보다 많이 침착해졌다. 몸을 다 닦은 뒤, 그녀가 젖은 수건을 짜서 허정운의 품에 던져주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는 네가 닦아. 나는 나가서 기다릴 테니 다 닦으면 나를 불러." 허정운도 그녀를 더 이상 난감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를 정말로 몰아붙이면, 그녀의 지금 성격으로 보건대 그냥 가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허정운의 목욕을 마친 지수현은 이미 온몸에 땀이 흠뻑 났다. 온몸이 땀투성이라 찝찝해진 그녀가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그녀가 욕실에서 나올 때, 허정운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지수현은 수건으로 머리를 반쯤 닦고는 허정운이 전화를 마치고 나서야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니 이미 밤 열 시가 넘어 있었다. 그녀는 옷장에서 이불 두 채를 안아 내리더니 바닥에 이불을 깔려 했다. 그녀의 행동을 본 허정운이 눈동자를 차갑게 번뜩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수현, 이불을 올려놓고 침대에서 자!" 지수현은 눈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