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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그는 오늘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평소의 슈트 차림에 구두를 신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온몸에서는 여전히 낯선 사람의 접근을 꺼리는 차가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지수현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차분한 얼굴로 눈길을 돌렸다. 화목원의 집사인 장씨 할머니는 지수현을 보더니 자상한 얼굴로 웃었다. "오셨어요, 작은 사모님? 여사님께서 작은 사모님이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리셨어요." 장씨 할머니는 줄곧 허씨 가문 여사님의 곁에서 여사님을 돌보았는데, 이제 두 사람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이라기보다는 사실 자매나 마찬가지였다. 지수현은 빙그레 웃으며 손에 든 떡을 건네주었다. "장씨 할머니, 이건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인절미예요.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그 가게에서 산 거예요. 그리고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는 구름떡도 샀어요." 장씨 할머니는 인절미를 받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작은 사모님. 제가 곧 접시에 담아 여사님께 가져다드릴게요. 여사님이 아까부터 이 떡을 드시고 싶어 했어요." "그래요. 그럼, 저는 먼저 할머니를 뵈러 가볼게요." 그녀가 거실로 들어갔을 때, 허씨 가문 여사님이 가사 도우미에게 지시해 지수현이 좋아하는 간식을 탁자 위에 차려놓는 중이었다. "우리 수현이가 수박사탕을 가장 좋아하니, 수박사탕을 맨 앞에 놓고 그 쿠키도 앞쪽에 둬...." 지수현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할머니는 아직도 나를 어린애 취급하시네.’ "할머니, 이렇게 많이 준비하시면 저 혼자 어떻게 다 먹어요?" 허씨 가문 여사님이 기뻐하며 고개를 돌렸다. "우리 수현이가 왔구나! 다 못 먹으면 이따가 이 할미가 사람을 시켜 포장해 줄 테니 집으로 가져가서 천천히 먹어." 지수현은 허씨 가문 여사님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는 가사도우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앉아서 얘기 좀 해요." "그래!"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허씨 가문 여사님은 얼른 지수현을 훑어보았다. 그녀가 지난번보다 조금 야위어 보여 허씨 가문 여사님이 안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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