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몰라...”
지수현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가로저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고 온몸이 열기로 뜨거웠다.
허정운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악문 잇새 사이로 또박또박 말을 뱉어냈다.
“내가 누군지 똑바로 봐!”
턱에서 전해오는 저릿한 통증은 지수현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고 그녀는 힘겹게 두 눈을 깜박였다.
“허... 정운...”
허정운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을 머금었다.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마구 그녀를 탐닉했다.
때로는 뜨거운 불구덩이에 던져진 것 같았고 또 때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호수에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에 지수현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침이 오지 않을 듯 밤은 아직 길었다.
다시 두 눈을 떴을 때 지수현은 몸 곳곳에서 전해오는 시큼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눈을 번쩍 뜬 그녀는 옆에 곤히 잠들어있는 허정운의 잘생긴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순간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느낌에 그녀는 관자놀이를 꾹꾹 주물렀다.
지수현의 인기척에 허정운도 잠에서 깼다.
네 눈동자가 오롯이 부딪혔고 잠시 아무도 먼저 입을 떼지 못했다.
지수현은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먼저 입을 열려는데 문득 목이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고 불현듯 어젯밤 낯 뜨거운 장면들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며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였다.
먼저 침묵을 가른 건 그녀였다.
“어젯밤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해.”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였고 이 일로 괜히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을 명분 삼아 그의 곁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건 더더욱 싫었고.
허정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수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허정운을 바라보았다.
“우리 다 성인이고 어제 일은 그냥 사고였어. 걱정하지 마. 너한테 책임지라고 안 할 테니까.”
“설마 내가 이해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
기가 막힌다는 듯 허정운이 실소를 터뜨렸다.
어젯밤의 일로 두 사람의 관계가 호전될 거라 내심 기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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