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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장

신설리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아직도 화가 나 미치겠어. 세수라도 해야겠어!” 신설리가 떠나고 지수현은 복도의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진유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으며 그녀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트 쿠튀르 MY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표절했든 하지 않았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MY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었다. 만약 이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향후 회사의 미래가 불분명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수현? 네가 여긴 웬일이니?!”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지수현의 사색을 깨뜨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현영과 지연정이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쇼핑이라도 한 건지 지연정의 손에는 크고 작은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었다. 한현영이 혐오와 불만으로 보기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비아냥거렸다. “어제 네 아빠가 허정운 씨한테 지성 그룹 잘 좀 얘기해 달랄 땐 바쁘다더니 오늘은 한가한가 보지? 쇼핑을 다 하고.” 지수현은 무심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를 부양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분들을 도울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요. 한 여사님.” 차갑게 선을 긋는 그녀의 말에 한현영의 시선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쌀쌀맞게 지수현을 쏘아보는 시선이 마치 더러운 쓰레기라도 보는 듯했다. “지수현, 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네가 열여섯에 지씨 가문에 돌아오고부터 우리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니? 연정이한테 있는 게 너한테 없니 대체 뭐가 부족했다고 이제 와서 우리가 널 제대로 키우지 않았다고 하는 거냐고! 뻔뻔스럽기도 하지!” 지수현은 기가 센 한현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말과 행동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쓸데없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던 지수현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떠나려는 지수현을 한현영이 다급하게 막아서며 물었다. “너! 허정운 씨랑 언제 이혼할 거니?” 예상치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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