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장

지수현이 말을 하기도 전에 허정운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우리 일이니 끼어들지 마세요.” 정현정은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정운아, 언제까지 수현이 편 들 거야?！” 허정운은 냉담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에는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고 그가 지금 얼마나 불쾌한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정 여사님, 걱정 마세요, 저는 허정운씨와 이미 약속했어요 그의 다리가 치료되면 이혼하기로 .” “지수현씨!” 허정운은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았고,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지수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에요, 이 일로 허씨 가문 사람들과 어떤 갈등도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정말 이해심이 차 넘치네요!” 그의 말투에 담긴 비아냥거림을 들은 지수현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현정은 냉소를 지었다. “지수현, 말한 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염치없게 정운이에게 매달리지 마!” 지수현은 웃으며 말했다. “허정운씨가 황금도 은도 아닌데 제가 왜 달라붙어 있겠어요?” 말문이 막힌 정현정의 안색은 안 좋았다. “어쩐지 지씨 가문 사람들도 널 상대하지 않더라니, 이렇게 싹수가 없어서 누가 좋아하겠니.” 지수현은 미간을 찌푸렸고 눈빛도 싸늘해졌다. 옆에 있던 허정운은 얼굴이 싸늘해지며 말했다. “어머니, 할 일이 없으면 돌아가서 쉬세요.” 정현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운아, 내가 네 엄마야, 너 지금 쟤 때문에 나를 상대하는 거야?” “어머니가 괜히 트집만 잡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내가 이혼을 권유한 게 틀렸단 말이니?” “틀린 걸 알았으면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그의 냉담한 얼굴을 보며 정현정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몸을 일으켰다. “그래, 앞으로 너의 일을 나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러시길 바래요.” 정현정은 화가 나서 나갔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고, 지수현은 병상 옆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허씨 할머니의 링거를 조용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