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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0화

은정이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청첩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손에 들고 내용을 한 번 훑어본 뒤, 그대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임유진이 애옹이 저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캔 사료를 으깨 고양이 사료 위에 얹고, 거기에 직접 만든 토마토 소스를 뿌려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영락없는 악마의 요리처럼 보였다. 손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애옹이는 옆에서 계속 장난을 치며 방해했고, 주방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은정은 그 엉망진창의 풍경을 지켜보며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혼잣말처럼, 은정은 그 순간 유진이 얼마나 귀엽고 생기 넘치는 사람인지 새삼 느꼈다. 잠시 그대로 서 있던 은정은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 “내가 할게.” 유진은 은정이 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어요?” “방금.” 은정의 몸에서는 은은한 술 향이 났고, 목소리도 낮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는 휴지를 들어 유진의 손끝에 묻은 토마토 소스를 닦아주었다. 유진은 은정이 잡고 있던 손목을 얼른 빼며 말했다. “괜찮아요, 씻으면 돼요!” 유진은 서둘러 싱크대로 가 손을 씻으며, 자연스럽게 그가 주는 긴장감을 피했다. “앞으로 내가 늦게 들어오면, 아주머니 오시게 하든가. 아니면, 너는 애옹이랑 놀고 있어. 고양이 밥은 내가 만들어줄게.” 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멈칫했다. 쏟아지는 수돗물 소리 아래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이제는 손에 익어서 나름 익숙해졌거든요.” 진지하게 말하는 유진을 보며 은정은 아까 주방에서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떠올렸고, 웃음이 절로 나올 뻔했다. 은정은 그릇에 담은 고양이 밥을 애옹이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이번 주말, 너 여씨그룹 회장님 생신파티 간다고 했지?” 유진은 은정이 초대장을 본 걸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원래도 회장님 알고 있었고, 선배가 청첩장 안 줬어도 가족이랑 같이 갈 생각이었거든요.” 잠시 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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