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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4화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은정이 갑자기 물었다. “직장을 바꿔볼 생각은 없어?” 유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지금 하는 일이 좋은데요?” 이에 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진구가 너한테 힘들게 하면 꼭 나한테 말해.” 유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누가 나를 힘들게 할지언정, 진구 선배는 절대 그럴 리 없으니까!” 은정은 말이 막혀서 답답한 기분이 가슴에 차올랐다. 하지만 어젯밤 일을 떠올리니, 시샘하던 마음도 부드러움으로 변해버렸다. 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출근을 준비했다. 비록 몇 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은정은 차를 몰고 가는 길에 유진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다. 회사 건물로 들어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진구와 함께 있을 것을 생각하자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당기고 싶었다. 어젯밤 은정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가까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진구는 이미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진을 진구의 회사에서 나오게 할 정당한 이유를 무엇으로 만들 수 있을까? 구씨 그룹의 오전 회의에서 모든 직원은 오늘 사장의 기분이 꽤 좋다는 것을 느꼈다. 최이석은 어젯밤 일로 은정이 오늘 아침 자신을 괴롭힐 거라 예상했지만, 그의 온화한 표정을 보고는 오히려 불안감이 커졌다. 은정의 속마음을 알 수 없을수록 더욱 조심스러웠다. 유진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진구에게 불려 갔다. 방에 들어서자, 진구가 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이에 유진은 놀라 물었다. “얼굴이 왜 그래요?” 진구는 불편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후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문에 부딪혔어.” 유진은 크게 웃었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문에 부딪혀요?” 그 말에 진구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게 그렇게 웃기냐?” 유진은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진구의 얼굴을 살폈다. “혹시 누구랑 싸운 거 아니에요?” 그러나 진구는 그녀의 입술에 남은 자국을 발견했다. 원래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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