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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0화

유진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눈동자는 허공을 헤매고, 목소리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어, 집에 있으셨네요?” “어제 도착했어.” 구은정은 그렇게 말하며 원래는 옷을 갈아입으러 침실로 돌아가려 했지만, 소녀를 바라보는 순간 잠시 걸음을 멈췄다. 유진은 낮게 묶은 포니테일에, 하얀 셔츠 위로 연한 하늘색 스트라이프 숄을 걸치고 있었다. 드러난 목선은 마치 백조처럼 우아하고, 전체적으로 맑고 청초한 인상을 풍겼다. 그 순간, 유진의 새하얀 귓불이 은은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보다도 더 눈부시게 빛나, 보는 이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그 빛은 그대로 구은정의 어두운 눈동자 속까지 파고들어, 깊은 물결을 일으켰다. 은정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테이블 위의 담배를 집으려 몸을 숙였다. 단 몇 발자국 거리. 은정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유진의 몸이 뻣뻣하게 긴장한 채, 눈은 애옹이를 향하고 있었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은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임유진.” “네?” 유진은 화들짝 고개를 들었고, 목소리가 팽팽하게 조여 있었다. 은정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은 집중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은정의 검은 눈동자는 깊고,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낮고 부드러웠다. “더워?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은정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유진은 그가 놀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 유진은 아래를 보지 않으려 애써 그의 눈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밖에서 들어와서 조금 덥긴 해요.” “그럼 온도 조금 낮출게.” “네, 좋아요!” 은정은 에어컨 리모컨을 들어 온도를 낮추고는 다시 물었다. “저녁엔 뭐 먹고 싶어?” 은정이 바로 눈앞에 서 있자, 은은한 샤워 향과 함께 담배 향이 어우러져 이상하게도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기조차 묘하게 묵직했다. 유진은 시선을 내리고, 침착하게 목소리를 조절하며 말했다. “아까 맛있는 거 해준다더니, 준비 안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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