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다행하게도 임유민이 달려와 소희를 깨우는 바람에 그녀는 임구택한테 자신의 이런 창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은 마구간에 가서 말을 골랐다.
구택과 유민은 모두 스스로 기르는 말이 있었기에 소희 혼자만 임시로 골라야 했다.
조랑말 한 마리를 고른 그녀는 유민에게 한바탕 비웃음을 당했다.
소희는 그의 비웃음을 태연자약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있기만 하면 되었기에 처음으로 말을 타는 소희는 차라리 조랑말을 타고 유민에게 비웃음을 당할지언정 무리하게 큰 말을 선택하여 말에서 떨어질 때의 창피함과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았다.
구택은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좌우되지 않고 꿋꿋하게 조랑말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보기 드물게 흐뭇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조랑말은 소희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말을 타 본 적이 없던 그녀는 조련사의 지도를 받고 안전하게 말 위에 타고 다룰 수 있었다.
구택과 유민은 말을 탄 채로 그녀가 비교적 능숙하게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를 데리고 함께 돌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말을 타고 길을 따라 천천히 달렸다. 길 양쪽에는 높고 큰 메타세쿼이아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복숭아꽃과 벚꽃이 있었다.
마침 늦봄이라 봄바람은 얼굴을 스쳤고 꽃보라가 흩날렸다. 속도 내서 달릴 때 꽃잎은 얼굴에 떨어지며 아프지 않고 오히려 살짝 가렵게 느끼게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온몸이 홀가분하고 상쾌하게 만들었다.
구택은 말을 타고 앞에서 걷다가 소희가 유민과 무슨 말을 했는지 유민이 과장하게 웃는 소리가 뒤에서 전해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는 조랑말 위의 소녀가 흰 셔츠에 검은색 멜빵바지를 입은 채 머리를 높이 묶으며 햇빛이 그녀의 정교한 이목구비를 비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평소처럼 내성적이고 온화하지 않고 마음껏 떠들던 그녀는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구택은 멈칫하며 이런 모습이 바로 진정한 소희의 모습이라 느꼈다.
세 사람은 말을 타고 10여 분을 달리다가 아스팔트로 된 길로 들어가자 그 끝에는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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