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83화
두 사람은 나란히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은정이 들고 있는 손전등은 크기가 작아 두 사람 발밑의 작은 영역만을 비출 뿐, 그 외에는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잔디를 밟을 때마다 사부작사부작 소리가 났고, 다리가 긴 은정은 일부러 걸음을 늦춰 유진의 속도에 맞췄다.
유진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은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계속 안 자고 있었던 거예요?”
은정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깊은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원래도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더욱 낮고 매력적으로 들렸다.
“잤어. 그런데 갑자기 깼어.”
유진이 피식 웃었다.
“저도요!”
은정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걸었고, 유진은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술 마실 걸 그랬어요. 그냥 정신없이 뻗어버리게요.”
은정은 유진의 동작을 보고는 무심히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정신없이 뻗으면, 내일 아침 침낭을 말려야 할 수도 있어.”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동안 어깨까지 들썩였다.
유진의 몸을 감싼 은정의 외투는 넉넉해 마치 가운 같았고, 유진은 꽃이 핀 듯 활짝 웃었다. 맑고 영롱한 눈동자가 반짝이며 사랑스러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 발걸음이 한층 든든해졌다. 화장실 앞에 도착하자, 은정이 손전등을 유진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바로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화장실 불은 소리에 반응하는 센서등이었다. 유진이 발을 구르자 조명이 켜졌지만, 깊은 산속의 밤이라 그런지 빛마저 희미하고 차가워 보였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전등을 받아 들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간이식으로 되어 있었고,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사이에는 얇은 벽 하나만이 가로막고 있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문득 바로 옆에 은정이 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 기분을 떨쳐내려 최대한 빠르게 일을 마친 후 손을 씻고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잠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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