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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4화

유진은 병원에 있을 때 서인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깊게 파인 눈두덩과 덥수룩한 수염,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로 피폐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남자는 크림색 캐주얼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 상태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단단한 인상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서인은 책을 내려서 유진에게 건네며 반쯤 무릎을 굽혀 마주 앉았고, 깊고 어두운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리는 좀 어때?” 유진은 공손하게 미소 지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앞으로 반 달 정도면 걸을 수 있을 거래요.” 서인은 유진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야. 뼈가 아직 약하니까, 부상 조심해야 해.” “감사해요!” 유진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삼촌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삼촌?’ 유진이 마침내 자신을 삼촌이라고 불렀으나 서인의 가슴 한편이 묘하게 저려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도 책을 사러 왔어.” “정말 우연이네요!” 희미하게 붉어진 노을이 책장 사이로 스며들어 유진의 옆얼굴을 감쌌다. 살며시 흔들리는 눈동자는 맑고 생기 있었으며, 슬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담담함과 거리감만 남아 있었다. 유진은 반쯤 무릎을 굽혀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서인을 보며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아이를 대하듯 부드러운 목소리와 친절한 태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유진은 책을 받아들며 말했다. “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 유진은 가볍게 웃었다. “안녕히 계세요, 삼촌!” 유진은 휠체어를 조종해 몸을 돌렸고, 다시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가볍게 스쳐 지나간, 특별할 것 없는 우연한 만남처럼. 서인은 천천히 일어섰다. 유진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서인의 눈빛은 점점 더 깊고 어두워졌다. 마치 구름에 삼켜진 석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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