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4화
아심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시언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해명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오해하게 두는 게 편했다. 그랬기에 아심은 느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난 빨간 장미도 하얀 장미도 좋아해요. 손에 빨간 장미를 들고 있다고 해서 하얀 장미를 좀 더 보는 게 뭐 어때요?”
남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싸늘해지며 아심을 죽일 듯이 쳐다봤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아심은 두 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발코니 문이 세차게 닫혔다. 시언의 화가 온 건물을 흔드는 것 같았다.
아심의 얼굴에 비가 튀어 차갑게 스며들었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우스웠다. 마침 도도희가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아심아, 뭐 하고 있어? 왜 계속 말이 없어?]
이에 아심이 답장했다.
[하얀 장미를 보고 있었어요.]
갑작스러운 말에 도도희가 되물었다.
[너희 별장 앞에 하얀 장미가 있어?]
[지금은 안 보여요. 아까 착각했나 봐요.]
[그럼 분명 착각이야. 너희 앞 정원에는 몇 그루의 치자나무만 있을 텐데.]
아심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치자꽃을 하얀 장미로 착각했나 봐요.]
다른 사람들도 도도희와 아심에게 인사를 건네며 포커 게임에서 일어난 웃긴 이야기를 전했다. 한결이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에블리는 제가 맡았어요. 안심하세요. 절대 손해 보지 않게 잘 챙길게요.]
그리고는 아심에게 말했다.
[아심아, 나중에 치자꽃을 따서 방에 놓아줄게. 그러면 착각하지 않을 거야.]
아심은 웃으며 답했다.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꽃은 나무에 있는 게 더 오래가잖아.]
한결이 말했다.
[내가 촌스러웠네. 그럼 내가 그림으로 그려줄게!]
에블리가 덧붙였다.
[좋은 생각이야!]
한결이 말을 덧붙였다.
[그럼 내가 하나 더 그려줄게.]
사람들이 채팅방에서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아심은 주현이 여전히 말이 없는 걸 눈치챘다.
아심은 머리를 들어 멀리 떨어진 별장을 바라보았다. 정원 너머 희뿌연 빗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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