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날카로운 쇳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자 강희진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동월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당장이라도 희진을 짓밟아 뭉갤 듯 사납게 노려봤다.
강희진은 바닥에 흩어진 구리거울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옷에 탈이 있다는 걸 알고도 나보고 입으라 했느냐! 일부러 내 얼굴을 망치려 한 게 분명하구나!”
말을 마친 동월은 분노에 차 성큼성큼 강희진에게 다가왔다.
따귀가 떨어지는 것을 본 강희진은 깜짝 놀라 황급히 피했다.
“방자하구나!”
희진이 크게 소리쳤다.
“정녕 네가 상전이라도 된 줄 아느냐? 강희진, 너는 정승댁에서 우리에게 얼마나 개처럼 고분고분했는지 잊었나 보구나.”
동월은 비웃으며 강희진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큰언니께서 잠시 그 자리를 대신하라 하셨으니, 지금은 내가 바로 화비 마마인게야. 네깟 종년이 감히 상전을 함부로 때리고 욕하는 것을 본다면 바로 꼬리가 잡히지 않겠느냐?[그 결과에 대해 넌 생각해 본 적 있느냐?”
강희진은 엄숙한 표정으로 동월을 꾸짖었다.
“흥, 그렇게 된다면 나는 너를 끌고 폐하 앞에 가서 따져 물을 것이다. 폐하께서 내게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시도록.”
얼굴에 붉은 발진이 가득한 모습을 생각하니 동월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라 강희진을 산 채로 찢어 죽이고 싶었다.
“이 일에 대해 나도 사전 인지를 할 방도도 없었다. 미리 알았다면 그 옷을 폐하께 직접 바쳤을 것이거늘, 어찌 너를 끌어들여 이런 위험을 무릅쓰게 했겠느냐. 누가 죄를 지었는지는 방금 너도 그 눈으로 보았을 테고.”
이 모든 일과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내보여야 했다.
강희진은 살짝 눈을 들어 동월과 시선을 마주쳤고, 이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생에 그녀가 죽기 직전 동월은 강원주를 대신해 그녀를 고문했고, 그때 동월이 지었던 표정이 지금과 똑같았다.
그 살갗이 찢어지는 극심한 고통을 강희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월은 고작 붉은 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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