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화비 마마께서 총애를 받으시는 꼴을 볼 수 없어, 제 주인이 냉대받는 것이 안타까워 소의 이씨를 대신해 화비 마마께 독을 쓴 것이라니.”
숙빈이 탄식했다.
소의 이씨는 난간에 기대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마치 넋이 나간 듯했다.
“이것이 네가 가르친 궁녀더냐!”
선우진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
“소첩이 잘못했나이다.”
소의 이씨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선우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난심각 궁인은 심성이 악독하고 대담했고, 소의 이씨는 이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으니 소훈으로 강등하고 장 20대에 처하며, 한 달간 근신하도록 하라.”
선우진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누구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소의 이씨는 정신이 멍한 채로 호위무사들에게 양쪽을 잡혀 질질 끌려 나갔다.
앞뜰에서는 크게 호령하는 셈 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크게 내려치는 소리, 그리고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모든 사람은 숨을 죽인 채 감히 소리 한마디 내지 못했다.
마당에 가득한 이런저런 표정의 여자들을 보며, 선우진은 까닭 모를 짜증을 느꼈다.
장형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는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명광궁을 떠났다.
선우진이 떠난 후, 내무부 궁인들도 숙빈에 의해 차례로 돌려 보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조금 전까지 붐볐던 명광궁 주전 앞에는 강희진과 숙빈 두 사람만 남았다.
“이번 일로 놀랐겠구나.”
숙빈이 가볍게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후궁은 전쟁터와 같으니, 네가 이렇게 의기를 세우면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시기와 적을 만들지 모를 터.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테니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할 것이다.”
강희진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몹시 차가웠고, 얼굴에 띤 미소마저도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마마 말씀은 다 아옵니다.”
강희진은 고개를 살짝 들고 계단 위에 서서 숙빈과 눈을 마주 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차분하고 당돌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숙빈은 점점 화가 났다.
“어서 가서 네 궁녀를 위로해 주거라. 너를 대신해 죄를 받았으니 어이 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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