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방 안에 문득 낮고 차분한 음성이 울려 퍼지자, 강희진은 화들짝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려 보았다.
탁상 앞에 단정히 앉은 선우진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앞에는 상소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강희진은 크게 놀랐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하여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짐이 묻는다. 일어나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선우진의 어투는 잔잔한 호수와 같아, 물결 하나 일지 않았다.
“소... 소첩이 목이 말라, 일어나 물을 마시려 하였사옵니다.”
강희진은 머릿속이 하얘져 황급히 아뢰었다.
낮에 강원주를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홀연 정신을 잃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강원주의 방 침상에 누워 있었으며, 몸의 상처도 다시 붕대로 감겨 있었다.
“폐하?”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 밝은 황색이 어른거렸다.
강희진이 번쩍 고개를 드니, 심연처럼 칠흑같이 검은 선우진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혹여 예에 어긋날지 저어되어, 황망히 일어나 예를 갖추려 하였으나, 두 다리가 막 침상 가에 닿았을 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물이다.”
선우진은 강희진을 굳게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찻잔이 그녀의 입가로 다가왔다.
강희진은 당황하여 고개를 숙여 찻잔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레 몇 모금 마셨다.
따뜻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비로소 정신이 온전히 돌아왔다.
“감사하옵니다, 폐하.”
강희진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선우진이 갑자기 양심이라도 찾은 것일까?
어찌하여 갑자기 이리 잘해주는 것일까.
그녀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강희진은 이제 막 깨어난 터라 몸이 아직 허약했다.
그녀가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이자, 선우진은 더욱 안쓰럽게 여겼다.
한참 후, 그는 찻잔을 탁상 위에 내려놓고 몸을 굽혀 강희진에게 다가갔다.
강희진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짐이 너를 잡아먹기라도 한단 말이냐.”
선우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희진은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수없이 눈을 흘겼다.
그날 밤 어서방에서 선우진이 그녀를 어찌 대했는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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