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강희진은 속으로 이를 갈았으나 몸은 도리어 더욱 격하게 떨렸다.
“응? 불러놓고도 왜 아무 말이 없느냐?”
“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마침 잘됐구나. 네가 요즘 배운 것들을 검증해 볼 수 있겠어.”
선우진은 손을 거두며 강희진의 턱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강제로 마주하게 했다.
“그 그림 속에 이것도 나와 있었더냐?”
얇은 입술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고 눈매는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느긋하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겉보기에는 웃고 있었지만 강희진은 오히려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를 기쁘게 하면 오늘 벌은 없던 일로 해주지.”
선우진의 목소리는 나직했으나 단호했다.
후궁은 곧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전쟁터에서는 창과 칼을 겨루지만 궁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다투는 법.
오늘 숙빈 앞에서 그녀에게 내린 벌이 고작 5일간의 금족령이라 하여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폐하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비가 하찮은 궁녀 하나를 처벌한 죄로 벌을 받았다. 이는 그녀가 폐하의 눈에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이 틈을 타 숙빈이 다른 이들을 포섭한다면 강희진은 앞으로 더욱 궁 안에서 발을 디디기가 어려워질 터.
세상에 미녀는 차고 넘친다.
폐하가 베푸는 한 줌의 자비로운 애정만으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이곳이었다. 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했다.
강희진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재빨리 정신을 다잡고 그녀는 유혹적인 목소리로 ‘폐하’ 하고 속삭이며 조심스레 입술을 맞댔다.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입술이 닿으면서 서로의 숨결마저 얽혔다.
강희진은 손끝을 따라 움직이며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을 고스란히 선우진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점점 깊어질수록 선우진의 숨소리는 한층 거칠어졌다.
강희진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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