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강희진이 명광궁으로 돌아왔을 때, 강원주는 자리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포도가 탐스럽게 놓여 있었고 맑은 이슬이 맺혀 반짝였다. 그러나 강희진은 그저 무심히 한 번 훑어볼 뿐 곧장 뒤채로 향했다.
군주를 모시는 일은 호랑이와 함께 지내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선우진 앞에서는 그 말이 더욱 절실했다.
아마도 이번 일로 인해 다시 그의 환심을 사려면 한동안 고생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운이 빠졌다.
“멈춰.”
날카로운 목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졌다.
강원주의 목소리였는데 분노가 짙게 배어 있었다.
“양기연 앞에서는 기세등등하더니 내 앞에서는 왜 말 한마디 없이 숨 죽이고 있느냐?”
강희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미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강원주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강원주는 화가 잔뜩 난 듯 옆에 있던 몸종이 건넨 포도를 손으로 쳐냈다.
둥글고 탐스러운 포도알이 바닥을 두어 바퀴 구르더니 강희진의 발 앞에서 멈췄다.
“왜 대답이 없어? 벙어리가 됐나? 밖에서는 제법 잘도 떠들던데. 내 이름을 팔아 거들먹거리면서 정작 나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드는구나. 잊었나 본데 너도, 네 어미도 우리 강씨 가문에서 키운 개일 뿐이다. 개라면 개답게 굴어야지. 내가 시키지 않은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텐데.”
강원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희진을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찢어버릴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시끄럽군.’
버들잎 같은 눈썹이 다시 한번 찌푸려졌다.
강희진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포도를 주웠다.
강원주의 입은 언제나 독설로 가득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말을 듣고 겁을 먹었겠지만 이제는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이 포도는 변경에서 올라온 것으로 산길을 따라 꼬박 석 달을 걸려야 겨우 도성에 도착하는 귀한 것입니다. 전체 네백 송이 중 폐하께서 명광궁에 보내주신 것이 이백 송이나 되니 부디 아끼시고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말을 마친 강희진이 고요하게 빛나는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들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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