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숙빈이 먼저 다가오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화비, 며칠 뵙지 못했더니 안색이 한결 좋아지신 듯합니다.”
강희진은 조소를 담은 얼굴로 숙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경멸과 멸시가 가득했고 고개를 약간 돌려 숙빈을 흘낏 스치듯 바라볼 뿐, 마치 정면으로 마주보기도 싫다는 듯한 태도였다.
숙빈의 표정이 굳었다.
“방금 그 눈빛은 무슨 뜻인지요?”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막 폐하의 연화전에서 나오는 길이라 몹시 지쳐 있었던 탓에 숙빈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뿐입니다.”
강희진은 입가에 얄미운 웃음을 띠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 말투는 명백한 조롱이었다.
그 눈빛과 말투에 숙빈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었다.
“화비께서는 몸을 잘 돌보셔야지요. 괜히 기운이 빠져 폐하의 은혜를 오래 누리지 못하실까 염려됩니다.”
강희진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받아넘겼다.
“염려 마시지요. 폐하께서 극진히 보살펴 주시니, 제 안색은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답니다.”
그러다 문득 손으로 입을 가리며 짐짓 놀란 듯 말했다.
“어머, 실례했습니다. 폐하께서 숙빈의 처소에는 오래 발걸음을 하지 않으셨다고 들었는데... 제가 괜한 말을 하였나 싶습니다.”
숙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강희진은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태연하게 걸음을 옮겼다. 숙빈은 제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며 속으로 분노를 삭였다.
‘저 천한 계집이... 고작 며칠 폐하의 은총을 받았다고 감히 자기가 황후라도 되는 줄 알아?’
강희진이 명광궁에 발을 들이자마자 대문이 굳게 닫혔다. 곧바로 내관 둘이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에 억눌렀다.
이윽고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와 멈춰 서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움켜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역시나 강원주였다. 오늘 있었던 일이야 진작 그녀 귀에 들어갔을 것이고 강희진이 돌아오기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을 터였다.
강원주는 강희진의 뺨을 툭툭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내 착한 동생이 오늘은 무척 위세를 떨쳤다지? 춘희는 지금까지도 침상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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