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수많은 궁녀와 내관들의 시선이 쏟아졌지만 선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마에서 강희진을 안아내려 곧장 연화전으로 들어섰다.
정허운은 눈치 있게 궁인들을 물리고 그 자리에 둘만 남도록 정리했다.
그녀를 책상 곁 작은 의자에 조심스레 앉힌 선우진은 허리를 가볍게 감싸안고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댔다.
“사랑스러운 화비, 짐이 하사한 책들은 다 읽어 보았느냐?”
강희진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속삭였다.
“네, 폐하...”
“그 책에 나오는 그림을 하나도 빠짐없이 짐에게 그려 보이거라. 이 방 안에서 어떤 동작이 제일 잘 어울릴지 함께 골라 보자꾸나.”
말을 마친 그는 입술 끝으로 그녀의 뺨을 스치듯 훑었다.
강희진은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며 시선을 피했다. 눈가엔 금세 이슬이 맺히고 코끝은 이미 붉게 물들었다.
꼭 사냥꾼 앞에 선 작은 새처럼, 도망칠 곳 하나 없이 두려움에 떨며 눈앞에 닥친 운명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오히려 선우진의 욕망에 불을 붙였다. 그는 손을 뻗어 강희진의 옷을 벗기려 했다.
그런데 막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던 찰나 문밖에서 느닷없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참, 정 내관. 폐하께서 분명 이해해 주실걸세.”
그 말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깜짝 놀란 강희진은 서둘러 선우진 뒤로 몸을 숨겼다. 이대로 외간 남정네에게 몸이라도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놀란 이는 선우진의 아우 선우영이었다. 그는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그러나 그 순간 등줄기로 싸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선우진이 무섭게 시선을 내리꽂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선우영은 마음을 다잡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신, 죽을죄를 지었사오나 감히 바라옵건대 폐하의 넓은 은혜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긴장한 채 엎드려 있는 그를 향해 정허운이 황급히 들어와 상황을 수습하려 나섰다.
“신이야말로 죽을죄를 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