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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정허운은 황제의 걸음걸이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 모습은 죄를 묻기 위해 가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일행은 명광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력이 좋은 선우진은 가까이 다가가자 지붕 위에 누가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달빛을 머금은 하얀 옷자락이 어두운 밤하늘 아래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그 그림자는 가냘팠고 손에는 희미한 불빛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몸짓에 따라 촛불은 허공에서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였다. 강희진은 지붕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강원주조차도 적잖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계집은 명목상 내 동생이라지만 집안에서 줄곧 하녀처럼 살았잖아? 언제 저리 요사스러운 춤을 익힌 거야? 게다가... 저 꼴이라니, 간사하기 짝이 없군.’ 강원주는 입을 열려던 찰나 문 앞으로 일행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황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이 계집이 폐하를 불러들였단 말이야?’ 오늘 강원주는 면사도 쓰지 않았다. 얼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두껍게 화장을 덧발랐고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황제가 자세히 보지는 못할 터였다. 강원주는 어둠 속에서 황제를 탐하듯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쉿.” 그녀가 입을 떼자마자 선우진이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지붕 위에서 춤을 추는 여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 푸른 기와 위를 돌며 선회하는 그 모습에 선우진은 어느새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강원주의 얼굴에 어린 독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높은 곳에 서 있던 강희진은 일찍이 황제의 행차가 명광궁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황제가 가까이 올수록 더욱 혼신을 다해 춤을 추었다. 그러던 찰나 처마 끝에 발이 걸려 중심을 잃고 몸이 휘청였다. 무대가 아닌 지붕에서의 춤은 결국 한계가 있었다. “조심하거라!” 선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강희진은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듯 돌아보았고 곧이어 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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