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마마, 농이 지나치십니다. 소녀는 그저 화비마마를 모시는 일 외엔 다른 뜻이 없사옵니다.”
“진심으로 없다는 것이냐, 아니면 감히 품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숙빈이 그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자 강희진의 몸이 미세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숙빈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 긴장하지 말거라. 네가 원한다면 내가 널 거두는 일쯤이야 어려울 게 없다. 겨우 궁녀 하나쯤이야, 화비께서도 섭섭해하시진 않겠지. 무엇보다 네 얼굴을 보아하니 이곳에서 그다지 귀히 쓰이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아닙니다.”
강희진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때 등 뒤 담장 너머로 치맛자락이 스쳤다. 강원주는 역시나 그녀를 믿지 못해 사람을 붙여 엿듣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철저히 연기해 주는 편이 나았다.
강희진은 고개를 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소녀는 화비마마께서 직접 데려오셨습니다. 이 한몸 죽을 때까지 화비마마만을 섬길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강희진은 손끝으로 은밀히 숙빈에게 신호를 보냈다.
숙빈 또한 시선으로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는 겉으로는 아쉬운 듯 입술을 굳혔다.
“네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구나.”
그러나 속으로는 차갑게 웃었다.
‘그 어떤 충심도 이익 앞에서는 흔들리는 법이지.’
숙빈이 돌아간 후 강원주는 이미 마음을 추스른 듯 다시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오늘은 제법 쓸모가 있었구나.”
그 말이 숙빈 앞에서의 태도를 칭찬하는 것인지, 숙빈의 제안을 거절한 걸 칭찬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강희진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때 춘희가 공들여 준비한 풍등을 들고 들어왔다.
“성패는 몇이라 생각하느냐?”
강원주의 물음에 강희진은 지나치게 장담하지 않으려 조심스레 답했다.
“아홉은 됩니다.”
그 말에 강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찾아오자 명광궁의 다른 하인들은 모두 물러갔다.
풍등을 손에 쥔 이는 화비의 옷을 입은 강희진이었고 곁에서 시녀의 복색을 한 이는 강원주였다.
“이게 무슨 꼴이냐! 감히 나에게 이런 차림을 시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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