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알았어! 다녀오면 되잖아!”
이튿날 새벽, 강희진은 다시 궁녀 옷으로 갈아입고 평소처럼 청소를 시작했다.
오늘 그녀는 궁 밖으로 나가 지형을 살필 계획이었다. 어디쯤에서 풍등을 띄우면 황제와 ‘우연히’ 마주치게 될지, 그 자리를 미리 점찍어두기 위함이었다.
선우진이 강원주에게 금족령을 내렸지만 궁의 하인들은 출입할 수 있었다.
강희진이 궁문 근처로 다가서자 누군가 외쳤다.
“숙빈마마 행차 시옵니다!”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자태 고운 그림자가 강희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숙빈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놀란 듯 말했다.
“화비께서 어찌 이리도 낯선 차림입니까?”
강희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숙빈께서 연세가 드시더니 눈이 침침해지셨나 봅니다. 아무에게나 제 이름을 부르시니 말입니다.”
강원주는 숙빈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은 분명 조롱하러 오는 길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 순간 숙빈이 강희진을 향해 화비라 부르는 걸 듣고 말았다.
눈이 뒤집힌 강원주는 하마터면 고래고래 고함을 칠 뻔했다.
숙빈은 더욱 당황한 기색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찌 이리도 똑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궁문 앞에 선 여인은 화비의 예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녀 곁에 있는 이는 봄맞이 연회에서 본 화비와 더 닮아 있었다.
‘이 둘은 대체 어찌 된 일이지?’
한동안 말이 없던 숙빈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아, 노여워 마시지요, 화비. 제가 잠시 착각했을 뿐입니다.”
강희진은 지금 당장은 궁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서둘러 고개를 숙인 채 한쪽으로 물러섰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숙빈의 시선이 자신을 정밀하게 훑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의심한 걸까?’
강희진은 크게 두려워하진 않았다. 다만 계획을 벗어난 일이 생기는 것이 달갑지 않을 뿐이었다.
숙빈은 강원주의 뒤를 따라 궁 안으로 들어섰다.
강원주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고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숙빈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들르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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