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엑스트라?'
윤선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교활해요?"
곽동우는 바지의 주름을 털며 말했다.
"작은 걸로 큰 걸 얻는 거야, 항상 먹히는 수이고."
윤선미는 그제야 엑스트라를 구하는 건 돈이 별로 안 들고, 그의 프로젝트야말로 값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사해요."
그녀는 진심으로 인사했다.
감사 인사를 들은 곽동우는 마음이 훨씬 홀가분해졌다.
차는 아주 빨리 병원에 도착했고 윤선미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입원 절차를 밟았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몸이 많이 망가져서 원기를 모두 잃었다. 그녀의 한의학으로 사람을 구할 수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돈을 모아 서의의 특효약을 구매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선미야, 나 입원 안 해."
할머니는 가냘픈 손으로 윤선미의 옷을 잡고 말했다.
"걱정 마, 나 시골로 내려가면 돼."
"안 돼요, 할머니, 말 들으세요, 의사 선생님이 할머니 병 고칠 수 있다고 했어요."
윤선미가 강경하게 말했다.
"저 돈 내러 갈 테니까, 누워계세요."
그녀는 곽동우 곁을 지날 때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도련님, 오늘 수고 많았네."
할머니는 포근한 베개에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혼탁한 눈에는 모두 선의와 초라함이었다.
"저한테 시집왔으니까요."
곽동우는 휠체어에 앉아 기다란 두 손을 무릎에 놓았다.
"선미가 아주 불쌍한 아이네, 아버지가 일찍 죽었고 친엄마는 부귀영화를 위해 선미를 버렸네. 착한 사람들의 기부를 받으며 학교 다녔었는데 너무 철이 들었네."
윤선미 할머니는 말하면서 투박한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나를 마구 만지고 뽀뽀할 때는 기특한 줄 모르겠던데.'
"걔가 직설적이라 절대 굽히지 않고, 사람한테 어떻게 잘 보여야 하는지 모르네.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잘해주면 열 배로 갚아주려 하네, 도련님이 선미를 보호해 주면 안 되겠나?"
곽동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지막하게 알겠다고 했다.
윤선미에 관한 조사 보고서의 차가운 문자들을 할머니한테서 들으니 아주 생동해졌다.
...
할머니와 같이 반나절이나 있고 저녁이 되어서야 윤선미는 곽동우와 같이 떠났다.
돌아가는 길, 고급스러운 차 안은 불빛이 조금 어두웠다.
남자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전에 했던 말 아직 유효해?"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내 다리 고칠 수 있어?"
"그럼요."
윤선미는 하늘에 맹세할 정도였다.
"무조건, 다리 고칠 수 있어요."
이번엔 곽동우가 믿었다.
한의 권위자 성진욱이 수년간 배양한 여제자를 안 믿을 리가 없었다.
"혹시 스승님이?"
곽동우는 마음속으로 추측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한테서 직접 듣고 싶었다.
윤선미는 얼굴이 발개져서 말했다.
"이웃 성 할아버지한테서 배웠어요, 성진욱 어르신처럼 그렇게 유명하진 않지만 아주 차근차근 가르쳐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고쳐줬어요."
'역시,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스승님을 뒀는지 모르고, 성진욱이 이름을 고치고 시골로 내려간 걸 모르네.'
"믿어."
곽동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행히도 그가 어르신의 종적을 숨겨주었고 아무도 시골 어르신과 한의 권위자인 성진욱을 연관시킬 리가 없었다.
'성진욱 어르신의 노년 생활을 방해하지 말아야지.'
"할머니 병증이 복잡해서 내가 장기적인 간병인을 구했어. 시간 나면 병원에 가서 보면 돼, 병원비는 진료비에서 깎을게."
"정말 감사해요."
그녀의 맑은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내 의술 믿어줘서 고마워요."
"윤선미, 나중에 그들이 다 너한테 사정할 거야."
안하무인이었던 그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보물을 놓쳤는지 알지 못했다.
그도 그랬었다.
윤선미는 그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저 그의 목소리가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달빛처럼 포근해서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것 같았다.
곽동우는 전동 서랍에서 협의서를 꺼내 윤선미한테 건넸다.
그녀가 머리를 숙이자 위에 쓰여 있는 "결혼 협의서"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협의서에는 그의 다리가 나아지면 두 사람이 이혼할 거고, 협의 기간이 제일 길어서 3개월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감사의 표시로 그가 그녀한테 집 한 채와 수억짜리 수표를 준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없으면 사인해, 난 빚지기 싫어, 이건 비밀 협의야."
이건 어제 그가 보고서를 보고 나서 작성한 협의서였다.
윤선미는 머리를 들어 그를 쳐다보고는 시원하게 사인했다.
"잘해보시죠, 곽동우 씨."
그녀의 눈은 아주 예쁜 동그란 눈이었는데 웃자 더 생기가 돌았다.
곽동우는 잠깐 멈칫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전혀 뛰지 않던 심장이 순간 가벼운 깃털이 스친 것 같았다.
...
두 사람이 집에 돌아오자 전 아줌마가 얼른 마중 나왔다.
"주욱 도련님이 보러 왔어요."
"네."
윤선미는 비스듬한 길로 그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는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이 있는 걸 보았다. 그의 반짝이는 이마에는 헝클어진 앞머리가 있었고 눈이 아주 깊었고 눈동자가 진한 파란색인 게 마치 혼혈 같았다.
"도련님."
주욱이 일어서 윤선미를 보며 말했다.
"이분이 형수님이시겠네."
그는 특별히 곽동우가 비밀 세력을 움직이고 그걸 엑스트라라고 하게 한 여자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 왔었다.
"여긴 주욱, 별로 중요한 사람 아니니까 예의 갖출 필요 없어."
곽동우가 그녀한테 소개해 주었다.
"야,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니! 내가 널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가 없었더라면 곽동우의 다른 신분은 진작에 숨길 수 없었을 것이었다.
윤선미가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는데 예쁜 눈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주욱은 부끄러워 났다.
"도련님, 나 중요한 일 있어."
윤선미가 다정하게 말했다.
"얘기 나누세요, 나 먼저 방에 가서 준비할게요."
침을 놓을 준비를 하는 거였다.
곽동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주욱은 그녀가 떠나서야 장난스럽게 말했다.
"무슨 준비? 잠잘 준비?"
"꺼져!"
그는 헤헤하고 웃고 말했다.
"정말 한의 권위자 제자야? 하느님이 널 아주 사랑하네, 형수님 혹시 허... 닮지 않았어?"
"별일 없으면 꺼져."
"안 돼, 내가 원천 그룹 이번 분기 사업 보고하려고..."
...
소씨 가문.
소미연은 화가 나서 화장품들을 가득 깨부쉈다.
"천박한 년! 왜!"
소미연은 아주 질투 났지만 계속 자기를 위로했다.
'곽동우는 이미 병신이야, 곽지훈이 제일 좋은 선택이야."
윙윙윙.
화장대에 있는 휴대폰 진동이 울렸고 소미연은 그 이름을 보고 심호흡하고는 억지로 울먹이며 말했다.
"지훈 오빠, 곽동우가 너무 해! 걔가 글쎄..."
"물건 못 가졌어?"
곽지훈은 별로 인내심이 없었다.
"소씨 가문에서 내가 원하는 걸 못 가지면, 내가 너랑 결혼할 수 없어."
소미연은 낯빛이 굳어졌다.
"지훈 오빠, 난 오빠 위해서 윤선미한테 대신 시집가라고 한 거야."
"별일 없으면 끊어."
"잠깐!"
소미연은 악독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나한테 방법이 있어! 이번엔 곽씨 가문 작은 집에서 무조건 사정하며 두 손으로 <프로젝트 양도서> 오빠한테 주게 될 거야."
소미연이 다급하게 모두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 있던 곽지훈이 아주 흡족해했다.
"소미연, 너 생각보다 더 독하네!"
'그게 싹을 자른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