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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이튿날, 곽동우의 작은 별장은 많이 썰렁해졌다. 도민서와 곽건성은 일이 모두 제대로 돌아가고 있자 아들의 별장을 떠났고 두 사람한테 방해가 되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강제로 곽지아까지 데려갔다. 그들이 떠나자 윤선미는 마음 놓고 곽동우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 방은 아주 조용했고 곽동우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는데 발목에 긴 침을 꽂고 있었다. 그는 계속 윤선미를 쳐다보았고 그녀가 입을 삐죽거린 채로 바삐 돌아치는 걸 보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윤..." 그가 한 글자 내뱉었는데 윤선미가 TV를 켜는 바람에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는 아주 답답해했다. '어린애가 성질이 세네.' 곽동우는 그녀의 등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고 새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침대보를 꽉 잡고 있었는데 얼굴에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 "습... 아파." 윤선미는 뒤돌아 그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 났다. "어디 아파요? 혈... 아이고! 이거 놔요, 침 누르면 어떡해요!" 곽동우가 그녀를 끌어 자기 품에 안고 자기 다리에 앉혔다. "말 다하고 놓을게, 안 그러면 너 또 도망가잖아."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윤선미는 눈을 파르르 떨었고 귀가 빨개졌고 입술이 발개졌다. 그녀는 한 번도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어젯밤엔 날 피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또 화내네." 그녀는 자기가 화를 낼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그건 그의 심혈이었고 작은 집이 판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당연히 너 믿어."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탁봉현은 큰 집에서 날 해치려고 보낸 사람이야. 그 프로젝트는 내가 일부러 큰 집에 준 거야. 널 믿으니까 네가 나랑 같이 연기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윤선미의 분노는 순간 가라앉았다. "무슨 연기요?" "내가 일어나기 전에 너의 그 훌륭한 의술을 들키지 마." 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고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훌륭하긴 무슨.' 윤선미가 머리를 숙였는데 피부가 눈처럼 하얬다. "그럼 손씨 가문 도련님은..." "네가 의학을 배우는 사람이라 일반적인 병은 당연히 고칠 수 있어. 하지만 내 다리는 이미 망가져서 사망신고를 받은 것과 같아. 많은 전문 인사들도 방법이 없다고 했어." "네, 알겠어요." 윤선미는 얌전하게 고개를 숙였다. '지나치게 의술을 표현하지 않으면 되겠네.' 곽동우는 그녀가 그렇게 귀여운 걸 보고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어젯밤 주욱이 했던 말이 생각나 침을 꿀꺽 삼켰고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 윤선미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먼저 풀어줘요, 침 뽑을 거예요." 곽동우는 표정은 차가웠지만 심장은 전과 달리 뛰었다. 윤선미가 몸을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침 끝을 잡고 신속하게 뽑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이 머리에 내리쬐는 걸 느끼고 얼굴이 더 붉어졌다. 벽에 걸린 TV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희는 설립 이후 100명의 미취학 아동의 학업을 돕고 동시에 수천 가족을 구해준 성월 재단을 방문하였습니다. 하지만 배후에 있는 창시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저희는..." 윤선미는 아주 집중하여 듣고 있었고 전에 곽지아가 성월 재단에 관해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머리를 들어 곽동우를 보며 말했다. "나도 성월 재단의 후원을 받았어요." "전에 집이 아주 가난해서 학비도 없었거든요. 착한 사람이 달마을 아이들을 모두 후원해줘서 학교 다닐 수 있었어요. 내가 계속 그분 찾고 싶었거든요." 곽동우는 눈빛이 복잡해져서 물었다. "찾아서 뭐 하게?" "보답하려고요." 그녀의 눈은 마치 호수같이 아주 부드럽고 환히 그의 마음속을 비추었다. 곽동우는 자기가 충동적으로 한 일이 누군가한테는 빛이 될 줄 몰랐다. 그는 홀린 듯 넋이 나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졌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두 사람은 멈칫했고 침묵 속으로 애매한 분위기가 흘렀다. "동우 씨가 그 사람..." '맞아요?' 윤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똑똑. 여러 번 노크했다. "도련님, 손씨 가문 사람들이 왔어요." 전 아줌마가 밖에서 소리쳤다. "알겠어요." 그가 답하자 윤선미는 얼른 그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 "내가 밀어줄게요." 그녀의 새하얗고 야들야들한 손이 휠체어에 닿았고 곽동우는 오랜만에 설렘을 느꼈지만 그 감정을 모두 억눌렀다. '이게 다 주욱 그 녀석이 한 말 때문이야.' 거실에서 손 사모님이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도민서가 보이지 않아 안심했다. "손 사모님, 저희 사모님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여기 안 계세요." 전 아줌마는 아주 똑똑했기에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두 사모님이 만나기만 하면 싸웠고 어려서부터 서로 적대시했었다. 손하준은 하하 웃었다. "엄마, 덩치가 그렇게 큰데 그분을 무서워해?" "빌어먹을 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손 사모님은 화가 나 그의 등을 연신 두드렸다. '나는 유복한 몸매라고!' "아이고, 아파!" 윤선미와 곽동우가 거실에 도착하자 손하준이 아프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기침하자 모자가 같이 그쪽을 보았다. "도련님, 사모님." 손 사모님이 단정하고 예의 있게 불렀다. 손하준은 윤선미를 보고 볼이 빨개져서 머뭇거리며 아무 말 못 했다. "사모님이 제 아들을 구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오늘 특별히 감사 인사하러 왔어요." 손 사모님은 바로 통 크게 1억짜리 수표를 건넸다. 윤선미는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누구라도 도왔을 겁니다." "적어서 안 받는 거예요?" 그녀는 마치 윤선미가 "그렇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10억을 줄 기세였다. 곽동우는 손씨 가문 사람들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바로 수표를 받아 윤선미의 손에 쥐여주었다. "줬으니 그냥 받아. 하준 도련님의 목숨이 천금인데 1억은 아무것도 아니지." 곽동우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고 눈에 수심이 깊은 게 보기만 해도 기세가 대단했다. 손하준은 뒤에 숨어서 그의 다리를 여러 번 힐끗거렸다. 밖에서 사람들이 곽동우가 관계를 맺지 못한다고 했었다. 손하준은 동병상련인 것 같아 그를 불쌍하게 여겼다. "그게 무슨 눈빛이죠?" 곽동우가 차갑게 물었다. 손하준은 조심스럽게 떠보았다. "도련님, 정말 그쪽으로 안 되는 거예요? 그럼... 선미 씨가 과부랑 다름없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의술이 뛰어나니까 고칠 수 있겠죠?" "미친놈,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손 사모님은 그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아이고." 손하준은 머리를 잡고 도망 다녔다. "난 그냥 윤선미 씨한테 병 보이려고 온 거예요, 선미 씨가 침을 놓으니 내가 바로 깨어났는데 침을 더 놓으면 나아질 수도 있잖아요!" 세상에 그런 병을 앓고 싶은 남자는 없었다! 그는 해성 상류 사회에서 웃음거리로 너무 오래 살았다. "때려죽여, 살고 싶지도 않아, 남자가 그쪽으로 안 되는데 무슨 살 멋이 있겠어! 내가 약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낫지 않잖아." 손하준은 소파에 앉자 떼를 썼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손 사모님은 마음이 아파 났고 모자는 그렇게 부둥켜안고 울었다. 전 아줌마가 옆에서 한참 타일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윤선미는 이를 악물었고 눈에는 난감함이 가득했다. 그녀는 손으로 곽동우의 팔짱을 끼었고 곽동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그녀의 손바닥에 글씨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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