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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어찌 됐든 이나가 지금 저렇게 된 거 네 책임이 분명해." 진기천은 그런 고희숙을 잡고 말했다. "희숙아, 그만해. 가희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 "일부러 그런 거면 더 무서운 사람인 거지!" 진기천은 고희숙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입가까지 온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무언가를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고희숙의 질책과 원망도 모두 이유가 있었다. 그때, 응급실 앞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하도훈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진기천은 순간 살 길이 생겼다는 듯 말했다. "도훈이 나왔어." 고희숙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응급실 앞에 있던 이를 향해 다가가 울먹이며 말했다. "도훈아, 이나 아직 안 깬 거야? 언제 깨어날 수 있는 거야?" 그 말을 하는 고희숙의 얼굴에는 분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방금 전의 일은 일어난 적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서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하도훈이 고희숙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고희숙은 더욱 걱정되었다. "계속 저렇게 혼미 상태에 있는 건 아니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우리 이나 어떡해." 고희숙이 다시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굴었다. 고희숙이 급해하던 그때, 하도훈은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진가희를 바라봤다. 고희숙은 그 시선을 느끼고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무언가 알아차린 듯 안색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이는 진씨 집안의 일이었기에 하도훈이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방금 자신이 한 말도 지어낸 얘기는 아니었기에 진가희가 억울한 건 없었다. 그때, 하도훈이 다시 말했다. "이나 알레르기 꼭 동물 털 때문만은 아니라서 지금 이유를 찾고 있어요." 고희숙은 방금 전 확실히 조금 충동했다, 하지만 하도훈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담담한 한마디, 심지어 하도훈의 그 어떤 주장도 담기지 않은 말이었다. 오히려 그저 지금의 상황을 서술하는 말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쨌든 하도훈의 앞에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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