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두 사람이 지금 무슨 사이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인 관계가 있으면 모든 것이 덜 순수해지는 것 같다. “왜 말을 못 하는 거야?” 그는 가희에게 묻고 있다. 잠시 침묵하던 하도훈이 또 말을 이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나와 진이나의 잘못으로 네가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됐어.”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는데 연인 사이의 속삭임 같았다. 가희는 그의 품에 안겨 힘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가희는 그의 품에서 얼굴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얼굴을 드는 순간 왠지 모를 분위기에 두 사람은 눈에 전류가 흐르듯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아늑한 불빛 속에서 눈물 젖은 얼굴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도훈의 입술이 저도 모르게 가희의 입술로 다가갔고, 순간 가희는 그 입술을 피했다. 두 사람 모두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가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하도훈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초의 순간, 하도훈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입술을 향해 키스했다. 두 사람은 침대가 아닌 곳에서 키스한 적이 없다. 그녀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눈물이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떨어졌다. 하도훈은 더 진하게 키스를 하며 짠맛과 떫은맛을 모두 날려버렸다. 이 키스는 하도훈이 가희를 달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이 일을 매우 빨리 처리했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이 소식들은 전부 보이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가희가 깨어나 학교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정말 아무 기사도 발견하지 못했다. 위층에서 내려온 후 그녀는 식탁에 앉았는데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 있었다. 아주머니는 따뜻한 우유를 들고 그녀 앞에 놓았다. 하도훈은 가희 맞은편에 앉아 한마디 했다. “따뜻한 우유를 마셔.” 잠시 망설이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학교 일은 다 처리했으니 더는 아무도 떠들지 않을 거야.” 그의 말을 들은 가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제야 손을 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