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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장

진가희는 그이를 보자마자 멈춰버렸다. 앞으로 가던 하도훈도 자신에게 팔짱을 낀 진가희가 따라오지 않자 그 자리에 멈췄다. 그리곤 그녀를 보며 물었다. "왜 그래?" 곧이어 하도훈이 진가희를 따라 시선을 돌렸고 그는 단번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허운현을 보게 되었다. 진가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허운현도 자연스레 그녀를 보게 되었다. 허운현이 왔다니, 그가 정말 왔다니. 허운현은 웃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무척 담담했다, 마치 자신과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보는 듯했다. 진가희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자리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무슨 표정으로 허운현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하도훈은 두 사람의 표정 변화를 한참 보다 진가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허씨 집안 우리 귀빈인데 술 한 잔 마시러 갈래?" 하도훈의 말은 그 어떠한 특수의미도 없이 평범했다. 게다가 그는 진가희의 뜻을 묻고 있었다. 하지만 진가희는 지금의 이 느낌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허운현을 마주할 수 없는 이유가 그의 앞에서 자신과 하도훈의 관계를 직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허운현 앞에서 이토록 처참한 자신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금 아무리 화려하게 차려입었다고 해도 지금 이 모든 건 비틀어지고 기형적인 것이었다. 하도훈은 진가희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 "왜 그래?" 하도훈 등 뒤로 술잔을 든 이도 진가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가희는 오늘 자신이 이곳에서 추태를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정신 차리려 애썼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조금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그래. 우리 이따 술 따르러 가도 될까, 오빠." 하도훈은 이 자리를 피하려는 진가희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하도훈은 허운현과 그녀를 번갈아 보며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곧 하도훈이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손님맞이하고 있잖아, 일단 술 다 따르자." 그는 단호하게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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