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장
시간이 늦어지자 허운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사실 진가희는 좀 망설여졌다. '늦은 시간인데 데려다 달라고 하기도 그러네.' 하지만 생각 끝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운현 오빠."
두 사람이 떠나려는 찰나 차 한 대가 천천히 두 사람 앞에 세워졌다. 진가희와 허운현은 그 자리에서 멈춰 고개를 들고 확인했다. 하도훈의 차였다.
차는 몇 초 동안 조용히 멈춰 있더니 잠시 후에 하도훈이 차 안에서 창문을 내려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도 안 갔어?"
허운현은 하도훈일 줄은 생각 못했다. 그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가희랑 얘기 좀 했어."
진가희는 허운현의 곁에 서서 조용히 차 안에 앉아있는 하도훈을 바라보았다.
허운현의 말을 들은 하도훈이 진가희를 한 번 보며 말했다. "운현이 차 탈 거야? 아니면 내 차 탈 거야?"
하도훈은 말을 많이 하진 않았다.
하도훈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느낀 진가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미 운현 오빠 차에 타기로 했는데...'
허운현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하도훈은 진가희를 강요하지 않았고 차 안에서 조용히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가희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허운현에게 말했다. "운현 오빠, 저랑 도훈 오빠 집 가는 방향이 같아요. 굳이 방향 바꿔서 데려다 주지 않아도 돼요"
허운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화를 매지 않고,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을 띤 채 말했다. "그래, 도훈이 차 타고 가. 우리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
"네네."
진가희는 더는 허운현과 말을 나누지 못하고 얼른 하도훈의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탄 후 하도훈은 진가희를 보지 않고 밖에 서 있는 허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먼저 갈게."
허운현이 대답했다. "그래."
하도훈은 바로 창문을 올렸다. 차 안에 앉아 있던 진가희는 하도훈의 차가워진 얼굴을 보고 왠지 공기도 몇 도 차가워진 것처럼 느꼈다.
진가희는 하도훈의 차가워진 얼굴이 밖에 있는 허운현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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