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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장

점심이 되자 하씨 저택에서 가희를 데려올 차를 보내왔다. 하씨 저택에 도착하니 사모님은 이미 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사람이 많아서 그러는데 나와 함께 맞이하자.” 진영순을 위한 연회인데 진영순의 많은 친구가 참석했도 그 친구들이 며느리 손자를 데리고 왔다.. 모두 상류층 대가족이었다. 그저 하씨 가 사람들일 뿐인 줄만 알았던 가희는 이런 자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주머니,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가희는 사실 소운하를 두려워했다. 친절해 보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그리 온화하지 않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뭐가 아닌데? 네 언니 진이나가 참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 “아뇨,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그런 뜻이 아니면 이 연회를 잘 챙겨. 실수하면 내가 뭘 할지 모르겠거든.” 말을 마친 소운하가 그녀 앞에서 떠나갔다. 그녀는 오늘 짙은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뒷모습이 매우 고귀해 보였다. 가희는 그 자리에 선 채 침묵만이 흘렀다. 진영순의 연회 내내 가희는 소운하를 따라 손님을 접대하고, 연회장에서 진영순을 모시고 진영순의 가까운 친구들에게 차와 음식을 갖다 주느라 바빴다. 모든 걸 잘해나가고 있었다. 소운하와 진영순은 그녀의 행동거지에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가희는 온순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그때 연회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할머니.” 할머니를 부르는 그 소리에 노천 연회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진영순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가희도 찾아봤다. 허운현이 앞에 서 있었다. 가희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고 소운하의 뒤에 서서 자세히 보았다. 흰옷에 캐주얼 바지,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사람이 허운현이 틀림없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고, 소운하의 안색은 순간적으로 나빠졌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표정이 변했지만 허운현만 어제의 일은 잊은 듯 조용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오늘 한결 차분하고 엄숙해 보였다. 허운현은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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