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장

추영자는 그한테 눈길도 주고 싶지 않았고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녀가 주성호에 대한 감정은, 주성호가 매번 장미숙 모녀의 편을 들어줄 때마다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특히나 자영이가 떠난 동안, 주성호는 그녀의 모든 인내심을 바닥내 버렸다. 그녀의 앞에서만 이러지 않으면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면서, 혼인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이렇게 대놓고 그녀 앞에서 이럴 줄 몰랐다. "설명할 필요 없어, 난 그냥 손님이 다 왔다고,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주려고 온 것뿐이야." 추영자는 말투는 아주 덤덤했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주성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눈빛에서 전혀 분노와 질투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왜인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고 무언가가 자기를 떠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에 주성호는 짜증이 났고 추영자를 잡고 있던 손에 무심코 힘을 주었다. "내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데, 왜 아직도 화내는 거야?" 장미숙은 그 말을 듣자 주먹을 꽉 쥐었고 낯빛이 아주 어두워졌다. "화 안 났어." "화 안 났는데 왜 이런 표정인데!" 주성호는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장미숙이 얼른 나섰다. "새언니, 다 내 잘못이야, 오빠랑 싸우지 마. 내가 오늘 약혼식이 너무 걱정 돼서 그랬어, 아직까지 경민이는 연락이 안 되는데 손님들이 모두 도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오빠한테 상의하러 온 거야. 날 믿어 줘, 정말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나랑 오빠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장미숙이 불쌍한 척하며 설명했지만 도발하는 눈빛으로 추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미숙의 말에 주성호도 정신을 차리고 바로 추영자한테 따졌다. "솔직하게 말해, 네가 경민이한테 약혼식 오지 말라고 했어?" 추영자는 순간 의아했다. 그러더니 실망스럽고 우습다는 표정으로 결혼해서 오랫동안 같이 산 남편을 바라보았다. 생각하지 않아도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쟤가 한 말은 다 믿는구나." 추영자의 말투와 표정에 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