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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심자영은 의하 해하며 눈앞에 있는 주경민을 마치 처음 아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꿈을 지지하고 직접 화실을 만들어주고, 유명한 선생님을 구해 가르치게 했던 주경민이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줄 몰랐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니까 주경민, 전에 했던 말, 했던 행동들이 모두 가짜였어?" "날 구하기 싫고, 강유리를 선택했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날 깎아내릴 필요 없잖아! 내 꿈을 짓밟을 필요 없잖아!" "아니면 네 마음속에서 내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거야?" 심자영은 시선이 흐릿해져서 주경민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주경민을 본 적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순간 지금 앞에 있는 주경민과 예전의 주경민 중에 누가 진짜인지 몰랐다. 주경민은 낯빛이 어두워졌고 그녀를 실망에 차서 바라보았다. "진정하고 나서 다시 얘기해." 주경민이 일어섰는데, 얼굴의 반이 빛에 가려졌고 유난히 싸늘해 보였다. "하지만 자영아, 나도 널 구할 의무는 없잖아? 아무도 원망하면 안 되지." 심자영은 고개를 들어 주경민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찌었다. "이게, 네 진짜 생각이었어." 그녀가 오늘 저녁 일 때문에 강유리한테 화풀이할까 봐 병원에 찾아온 거였다. 순간, 심자영은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그녀는 주경민을 바라보았지만 더는 예전에 그를 사랑하던 느낌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낯선 느낌까지 들었다. "가." 심자영은 눈을 감고는 주경민을 등졌고 한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주경민은 복잡한 눈빛으로 몇 초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뒤돌아 떠났다. ... 추영자는 사고가 발생한 게 이상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는 몰래 이 일을 조사했는데, 그날 밤 누군가 샹들리에에 손을 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증거를 손에 쥔 추영자는 분노에 차서 몸을 부들거렸고, 저녁에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운전해서 별장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그녀는 주성호와 장미숙이 애매한 자세로 붙어 있고 거의 입맞춤할 것 같은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펑하고 문을 닫는 순간,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어색해하며 떨어졌다. "왜 돌아왔어?" 주성호는 어색해 보였고 갑자기 들이닥친 추영자한테 불만이 많아 보였다. 장미숙이 일어서며 설명했다. "새언니, 오해하지 마, 방금 내가 눈이 불편해서 성호 오빠가 봐준 거야." "닥쳐!" 추영자가 노려보았다. 장미숙은 추영자의 이렇게 표독한 모습을 본 적 없었기에 바로 억울 해했다. "미안해, 새언니, 나랑 성호 오빠가 새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절대 오해하지 마." "추영자, 그렇게 더러운 생각하지 마!" 주성호가 벌떡 일어나더니 불만에 차서 추영자를 노려보았다. "다들 기분 상하는 꼴 보고 싶은 거야?" 그러고는 머리를 돌려 장미숙을 위로했다. "겁먹지 마, 미숙아. 먼저 올라가, 내가 말할게." "저년 못 가!" 추영자가 증거를 장미숙의 얼굴에 던졌다. "호텔 일 네가 그런 거지? 장미숙,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어도 다 참았어, 왜 자영이한테까지 그러는데!" 장미숙은 순간 당황한 눈빛이 스쳤지만 바로 억울해하며 말했다. "새언니, 무슨 말하는 거야, 호텔 일이라니, 난 몰라." "증거가 여기 있는데도 변명할 거야?" "그만해 추영자!" 주성호는 증거를 보지도 않고는 장미숙을 품에 끌어안고 추영자를 노려보며 경고했다. "이 일은 여기서 끝이야, 아무도 더 꺼내지 마." "주성호, 무슨 뜻이야?" 추영자는 몸을 부들거렸다. 그녀는 주성호가 장미숙을 이렇게 앞뒤도 안 가리고 보호할 줄 생각도 못했다. "자영이가 그냥 손 다친 거잖아, 별거 아니야. 원래도 우리 주씨 가문에서 키웠어, 앞으로도 키우면 될 거 아니야." 주성호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리고 당신 회사도, 그동안 내가 없었으면 진작에 망했을 거야. 알아서 잘 판단해, 더 난리 치면 나도 가만 안 있어!" 주성호는 말을 끝내고 더는 추영자한테 시선을 주지 않고는 장미숙을 데리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혼자 거실에 서 있던 추영자, 싸늘한 기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졌고 마음이 모두 식어버렸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영의 말이 맞았다, 그녀도 주씨 가문을 떠나야 할 것 같았다. ... 그날 안 좋게 헤어지고 나서 주경민은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 강유리가 몇 번 왔었는데, 흥분해하면서 심자영한테 그녀와 주경민이 지금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었다. 심자영이 다쳤기에 약혼식을 뒤로 미뤘지만, 주경민이 이 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일정을 다 직접 소화한다고 했다. 심자영은 그 일에 관해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봉사활동 지원에 몰두하고 있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이 교육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보게 되었다. 가난하고 낙후한 지역이었기에 현지 교사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고, 외부에서 온 교사들은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그곳에서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그 다큐멘터리를 찍은 목적이 바로 사람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 영상을 본 후 심자영은 결심했다. 그녀는 산간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지원서를 제출했고 곧 결과가 나왔다. 그녀는 선발되었고 부상이 회복되면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지원이 확정된 후 그녀는 추영자한테 솔직하게 말했다. 추영자는 그녀가 산간 지역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마음 아팠지만, 그녀가 많이 야위었고 태도가 강경한 걸 보고는 더 반대하지 않았다. 추영자는 묵묵히 그녀를 도와 짐을 쌌고 티켓을 끊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퇴원하던 날에야 그녀는 주경민한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울려서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오빠, 나 내일 퇴원해, 레스토랑 잡았어. 나랑 같이 밥 먹을 수 있어? 할 말 있어." 그들이 같이 15년을 살았기에 떠나기 전, 심자영은 제대로 인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자마자 주경민이 오해한 것이었다. 그는 바로 심자영이 전에 했던 고백이 생각났고 심자영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줄 알았다. "심자영, 내가 경고했을 텐데, 아직도 감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심자영은 멈칫하고는 얼른 설명했다. "오빠, 정말 다른 뜻 없어. 그냥 오빠랑 밥 한 끼 먹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마지막 인사도 할 겸. 그녀는 뒤에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주경민도 더 묻지 않았고, 그녀가 아팠던 동안 자신한테 질척거리지 않은 것 같아서야 동의했다. 이튿날, 심자영은 노을이 질 때까지 레스토랑에서 기다렸지만 주경민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늦었기에 그녀는 추영자와 함께 레스토랑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서 그녀는 끝내는 참지 못하고 주경민한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고 수화기 너머로 강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영아, 너 설마 아직도 레스토랑에서 민이 기다리는 거야? 민이가 오늘 하루종일 나랑 같이 있었어, 널 보고 싶어 하지 않아." "체면이라는 게 있다면 앞으로 질척거리지 마. 아니면 민이가 우리가 할 수 없이 나가 살겠다고 했어. 민이가 자기 집까지 못 가게 할 건 아니지?" 심자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눈물이 여전히 줄줄 흘렀다. 강유리의 질타가 여전히 들려왔고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심자영은 숨을 고르고는 겨우 부들거리는 손으로 문자를 작성해 보냈다. [오빠, 행복해, 앞으로 오빠 인생에 나는 없었으면 좋겠어] 그 순간, 심자영은 완전히 해탈했다. 다리를 건널 때, 그녀는 휴대폰을 강에 던졌고 완전히 과거와의 연락을 끊어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그녀는 추영자한테 새 연락처를 주고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캐리어를 들고 탑승하러 갔고 더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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