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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장

우산 하나가 그의 머리 위를 가렸다. 주경민은 속눈썹을 살짝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순간 익숙하고도 정교한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주경민은 목젖을 살짝 움직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영아...” 심자영은 온몸이 흠뻑 젖어 초라해진 주경민을 바라보더니 들고 있던 우산을 그에게 기울이며 손가락 마디에 힘을 주어 우산 손잡이를 꼭 쥐었다. "왜 안 갔어?" 그녀의 얼굴은 빛을 등지고 있어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쌀쌀한 말에 주경민의 눈빛이 어둑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칠흑 같은 벌판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쓸쓸함과 외로움이 스며 나왔다. 심자영은 손가락을 더욱 꽉 쥐었다. 이런 주경민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기억 속 주경민은 늘 강인했다. 그녀는 그의 다정하고 세심한 모습도 보았고 그의 반항적인 면도 보았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문을 열었을 때, 문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주경민을 봤을 때의 감정을 그녀는 차마 형용할 수 없었다. 특히 그가 그녀를 올려다보던 그 순간은 정말이지 마치 집 잃은 강아지와 같았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온몸은 축축이 젖어 있었고 표정에는 쓸쓸함이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딘가 한 줄기 기대가 서려 있었다. 심자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우산은 이미 주경민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왜 나왔어?" 주경민은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우산을 바로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얇은 니트 차림을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밖에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서 자." 심자영은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의 손끝이 우연히 자신의 손등을 스쳤을 때 그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얼굴마저 추위에 핏기 없이 창백하고 푸르게 질려 있었다. 이대로 문을 닫고 돌아선다면 주경민은 정말 여기서 얼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밤 기온이 낮아. 얼어 죽거나 병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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