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장 장생 부처님에게 데려가다

돌아가는 길, 차 안은 히터가 빵빵했다. 이희영은 열심히 놀아서 지쳤는지 김유정에게 기대 잠에 들었고 김유정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를 운전하던 연수호가 백미러를 돌아봤지만 김유정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어 옆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연수호가 물었다. “어디 아파?” 연씨 저택에서 나온 뒤로 김유정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고 말도 하지 않았다. 김유정은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며 입을 열었다. “허제인 씨 누구야?” 갑자기 나타난 허제인이 연수호와도 친하고 연성필의 예쁨을 받을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대범하면서도 열정적인 허제인은 김유정의 이름을 들어본 듯했지만 김유정은 허제인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도 몰랐다. 론디안에 있을 때 한기태가 이 이름을 꺼내며 불씨가 채 꺼지지 않았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는 물어보지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지만 지금 봐서는 두 사람 사이에 김유정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허제인 씨?” 연수호가 핸들을 돌리며 덤덤하게 설명했다. “세화 은행 오너 일가의 딸이지. 어르신끼리는 젊었을 적부터 친했고 덕분에 가문끼리도 가깝게 지냈어.” “수호 씨는?” 김유정이 고개를 돌렸다. “수호 씨는 제인 씨와 어떤 사이인데?” 연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사이라고 할 게 있나.” 김유정이 물었다. “하마터면 결혼할 뻔한 사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연수호가 온갖 방법을 다 대가며 결혼하려던 사람은 분명 김유정인데 말이다. 김유정이 허제인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졌다는 건 연수호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저 연성필과 허제인의 체면을 봐서 대놓고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지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연수호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김유정을 돌아봤다. “허제인 씨 나랑 동갑이야. 어릴 적에 국내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기도 했고 가문끼리도 친해서 자주 붙어 다녔지. 그때 어르신이 두 사람 결혼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긴 했는데 농담이었어.” “그러다 내가 출국하면서 연락이 뜸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