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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결혼이란 무덤

“장 집사님, 언니가 과일 좋아하니까 이거 꼭 챙겨 주세요.” 김윤아는 가져온 과일 바구니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화려함을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독채 저택이었다. 김유정과 연수호의 신혼집이라는 이곳은 김씨 본가보다도 컸고, 방과 방 사이는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다. 인테리어는 검은색, 회색, 흰색 등 무채색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의외로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도 보였다. 김윤아는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이를 악물었다. 이곳이 김유정과 연수호의 신혼집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원래 이 집의 사모님은 나, 김윤아였어야 했는데!’ 그때 장미영이 조심스레 다가와 말했다. “윤아 씨, 사모님께서 오늘 저녁엔 안 들어오신다고 하셨어요. 혹시...” 김유정이 없다는 말에 김윤아는 눈빛을 반짝이며 급히 물었다. “그럼 수호 오빠는요? 오빠는 집에 들어와요?” 장미영은 낮에 연수호가 저녁에 집에 올 거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께서는 돌아오십니다.” 김윤아는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그럼 장 집사님, 얼른 저녁 준비하세요. 저는 수호 오빠랑 저녁 먹고 갈래요.” 장미영이 부엌으로 향하려던 중, 김윤아가 2층으로 올라가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렸다. “윤아 씨, 사모님께서 2층은 도련님과 사모님의 사적인 공간이라며 손님이 올라오는 걸 원치 않으신다고 하셨어요.” 김윤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장 집사님, 전 언니 동생이에요. 손님이 아니잖아요.” 장미영은 김윤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지만, 김씨 가문의 둘째 딸인 김윤아를 건드렸다가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되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유정은 사람 많은 걸 싫어했다. 이 집에는 매일 청소를 도와주는 가사도우미 외에는 그녀와 연수호의 일상을 돌봐주는 장미영만 있었다. 김윤아는 2층으로 올라갔다. 발이 닿는 곳마다 값비싼 물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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