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연수호가 직접 끓인 죽
김유정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오른쪽 쇄골 위에 희미한 붉은 자국을 보며, 문득 어젯밤 잠결에 누군가 쇄골을 깨무는 듯한 느낌이 스쳐 갔던 순간을 떠올렸다.그녀는 뒤에서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연수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호 씨가 물었어?”
연수호는 늘씬한 몸매와 훤칠한 키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그야말로 옷걸이 같은 사람이었다. 이런 몸매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 체형이었다.
김유정은 연수호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연수호가 성격이 덜 이상하고 사생활이 더 깔끔했더라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잘생긴 외모 하나만으로도 조용히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몰라.'
“아니.”
연수호의 무심한 대답에 김유정의 망상도 와장창 깨졌다.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흘겨보며 다시 물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빨갛게 됐을까?”
연수호는 그녀의 새하얀 쇄골에 잠시 시선을 머물렀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꾸했다.
“네가 스스로 문 거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여유롭게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유정은 기가 막혀 중얼거렸다.
“뭐라고? 당신이 직접 한번 보여주든가!”
식탁에선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오랜만에 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어 장미영은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했지만, 김유정 앞에 놓인 것은 담백해 보이는 쌀죽 한 그릇뿐이었다.
아직 수저를 들기도 전에 김유정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비꼬는 목소리에 얼굴을 찌푸렸다.
“김유정 씨, 성우 그룹 협상도 망치시고 유안 그룹까지 건드리셨다면서요? 지금 회사 나올 용기도 없어서 숨어 계신 건가요?”
진소희의 비꼬는 목소리가 너무 날카로워 김유정은 본능적으로 휴대전화를 조금 멀리 뗐다.
“부대표님, 제 일에 그렇게 신경 쓰지 마시고, 본인 디자인 능력부터 챙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부대표’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소희는 더욱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성우 그룹 계약도 날아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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