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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점심 식사가 끝나자 세 사람은 나란히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 다연주는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떠나게 되었고 강은영이 기사가 없는 걸 눈치챈 빈나은이 물었다. “데려다줄까?” “좋지.” 강은영은 사양하기 않고 빈나은의 차에 올랐다. 해외에서 몇 년이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강은영은 빈나은이 전보다 더 침착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빈나은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피워도 괜찮아?” 강은영은 미소를 지었다. “불까지 붙여놓고 뭘 묻고 그래?” 세 친구들 중 유일하게 담배를 피우지 않기는 하지만 박강우에게서 나는 냄새로 익숙해진 지도 오래고 그닥 싫지도 않았다. 빈나은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강은영이 물었다. “집에는 다녀왔어?” 빈나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반응에 강은영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긴 했어도 빈나은의 집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3년 전에 사망을 하시고 아버지와 재혼한 그 여자는 빈나은보다 나이가 많은 오빠인 친오빠를 함께 데려온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집에 돌아간 적이 없었다. “일주일 뒤에 F국으로 돌아갈 거야!” 강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전생의 기억이 순식간에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전생에서도 박성철하고 뒤엉켜 있는 그녀 때문에 할머니 생신날 마지막으로 만나고 개인적으로 만났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한테 사고가 벌어진 건 빈나은이 사고를 당한 3일 뒤였다. 그때는 박성철이 그녀를 데리고 F국으로 떠나자는 말에 속아 넘어갔었다. 그녀 또한 빈나은을 보고 싶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빈나은의 변고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왜 그래? 뭘 그리 놀라?” 빈나은은 아무런 답이 안 들리자 고개를 돌렸더니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강은영은 감정을 추스르고 빈나은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그 여자가 꼴 보기도 싫어서 그래?” “다 맞아!” 빈나은은 숨기지도 않았다. 아버지하고 그 여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여우 눈을 하고 가증스러운 그 얼굴이 눈앞에 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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