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장
전 집사는 말없이 검사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내용을 확인한 순간 강은영은 피임약 세 글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녀는 거친 숨을 토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전 집사가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의사는 안에 강력한 피임제 성분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분 다 병원에 가셔서 검진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어쩐지 지난 생에 박강우와 이혼하던 순간까지 한 번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게 이상했다.
분명 그와 사랑을 나눌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한 번도 임신한 적 없었다. 박강우는 그때 얼마나 아이를 바랐을까?
그녀가 신경질을 부릴수록 그는 아이가 생기면 얌전해지지 않을까 하고 바랐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그런 기대와 정반대로 그녀는 한 번도 임신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다 강설아의 비열한 수작 때문이었다니!
박강우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을 때, 강은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전 집사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병원 예약할까요?”
그 말을 들은 박강우는 걸음을 재촉했다.
발걸음소리가 들리자 강은영은 고개를 돌리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박강우는 그녀에게 한걸음에 다가가서 품에 안으며 다급히 물었다.
“어디 아파? 지금 나랑 병원에 갈까?”
강은영은 박강우를 안고 구슬피 울었다.
전 집사는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박강우는 탁자에 놓인 검사지를 보고 집어들었다. 그리고 내용을 확인한 순간, 눈빛이 차게 식었다.
그는 품에 안겨 있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기가 갖고 싶지 않았던 거구나.”
그는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은영은 처량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원해서 먹은 게 아니야.”
“그래?”
박강우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예전의 강은영이었다면 몰라도 지금 강은영이 하는 걸 봐서 그녀가 이런 걸 먹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이게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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