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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강은영이 집을 나와 얼마되지 않아 박강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마 오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고용인들이 그녀가 외출만 하면 박강우에게 연락하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굳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 가?” 강은영은 입을 삐죽이며 솔직히 대답했다. “본가.” “기다려. 나랑 같이 가.” 운전 중이던 강은영은 시간을 확인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 출근한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귀찮게 그러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전화할게.” 비록 전화에서 이예란의 말투가 이상하리만치 부드럽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이미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했기에 괜한 불안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강우의 고집은 변하지 않았다. “거기 도착하면 일단 들어가지 말고 기다려. 내가 곧 갈게.” “알았어.” 강은영은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그제야 박강우의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 이렇게 온화하게 그녀를 대화를 나눈 게 얼마만이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곧이어 진부성이 안으로 들어오며 공손히 말했다. “진 집사가 이미 본가에 도착했답니다.” “그래, 알았어.” 박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준비는 다 됐겠지?” “걱정 마세요. 차질 없이 준비했습니다.” 진부성은 바짝 긴장하며 공손히 답했다. ‘이번에는 강영물산을 통째로 날려버릴 기세인데?’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 시각, 강씨 저택. 진미선이 에일리와 예약한 시간은 내일 오전이었다.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강설아에게 말했다. “에일리 씨가 올해 신제품이 나왔는데 엄마가 무슨 수를 써서든 내일 네가 그 옷을 입게 해줄게.” “그거 나도 알아. 하지만 그 디자인은 예약을 받지 않는 거로 아는데?” 강설아는 사진을 보자마자 그 드레스를 갖고 싶었다. 수많은 재벌 아가씨들이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에일리는 그 디자인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고 딱 잘라 선언했다. 그리고 절대 2차 제작은 없을 거라고도 못을 박았다. 만약 그 드레스를 자신이 입고 박강우 할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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