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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엄마, 그런 말하지 마.” 강설아는 계속해서 진미선을 위로했다.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진미선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박 대표랑 이혼하게 될 거야. 그때 기회를 잘 잡아야 해. 알겠니?” 강설아가 박강우를 좋아하는 건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이었다. 16살 때 파티에서 그를 처음 본 날부터 그에게 반한 강설아였다. 처음에는 강설아와 박강우의 사이를 이어주려고 강은영을 집에 데려왔는데 박강우가 끝까지 강은영을 고집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강우에게는 은영이만 보이는걸. 알잖아. 내가 다가간다고 받아줄까?” 강설아가 울적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진미선은 한숨을 쉬며 큰딸을 달랬다. “아마 은영이 걔랑 같이 자란 시간이 10년이나 되니까 익숙함 때문일 거야. 걱정 마. 지금 보니까 옛정도 다 사라진 것 같으니까.” 강설아는 그 말을 듣자 그제야 속이 좀 편안해졌다. 강은영을 향한 박강우의 감정이 뭔지는 몰라도 볼 때마다 싸워댔으니 이제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고 옛날에 했던 만행들이 다 용서가 되는 건 아니었다. ‘흥! 강은영,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어!’ 지금 모두가 그녀를 혐오하고 있었다. “사돈 어르신 팔순잔치 때가 기회야. 유명 디자이너 에일리가 귀국했다고 하더라. 그날 입을 수 있게 드레스 주문해 놓을게.” “고마워, 엄마.” 강설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강은영, 네 모든 건 다 내 거야. 네 부모님도 내 거고, 박강우도 곧 내 것이 될 거야!’ 그리고 박강우 할머니의 생신잔치 때 강은영을 위한 큰 서프라이즈도 준비되어 있었다. 한편, 강은영은 강준형과 통화가 끝나자마자 본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발신번호를 보자마자 그녀는 속으로 박성철을 저주했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작은 사모님,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본가로 오시랍니다.” 수화기 너머로 나 집사의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은영은 올 게 왔구나 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힘없이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도련님한테는 알리지 말고 오라는 얘기도 전하셨습니다.” 강은영은 순간 울고만 싶었다. 도움도 요청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화가 나 있다는 걸까? “알겠어요….” 그녀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뒤, 강은영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어릴 때 그녀에게 그토록 자상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박강우와 결혼한 뒤로 매번 본가에 갈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그들의 반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자초한 일이었다. 본가로 가기 전, 강은영은 다연주에게 영상 하나를 더 전송했다. “박성철을 아예 죽이겠다는 거야?” 영상을 확인한 다연주가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물었다. 강은영은 씩씩거리며 대꾸했다. “그 인간이 날 죽이려 하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어?” “그래! 패기 좋아! 해보자고!” 말을 마친 다연주는 전화를 끊었다. 강은영은 가장 얌전해 보이는 옷으로 골라입고 문을 나섰다. 그리고 가는 길에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디저트까지 사서 열한 시가 넘었을 때 본가에 도착했다. 나 집사는 느긋하게 걸어오는 그녀를 보자 다급히 다가왔다. “작은 사모님, 드디어 오셨네요. 어르신께서 세 시간이나 기다리셨습니다!” 늦게 왔다고 책망하는 말투였다. 강은영은 그런 나 집사에게 넌지시 물었다. “박성철 어제 집에 들어왔어요?” 그 말을 들은 나 집사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강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싸늘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이예란과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강우 씨 보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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