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장
강은영은 눈가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너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없어서 말이야.”
그녀는 곧장 현관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현관의 문은 닫혀 잇었고 밖에서 잠긴 듯했다.
순간 그녀는 눈 밑에 음산한 기운이 맴돌며 마음이 서늘해졌다.
“진짜 이렇게 할 작정이야?”
그녀의 대수롭지 않은 표정에 강설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용기로 이런 상황에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강은영의 말에 답하지 않은 그녀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강설아는 속에서 벅차오르는 분노를 삭히며 강은영한테 말을 건넸다.
강은영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날카로운 눈빛을 띠었다.
강은영의 위협적인 시선에 피할 마음이 가장 먼저 들게 된 강설아는 끝내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은영아, 너하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예전? 하!”
강은영은 썩소를 지었다.
예전으로 돌아가 멍청하게 놀아나라고? 아니면 박성철하고 그녀를 주선하다 자기가 그 남자한테 사랑에 빠지라고?
강은영은 강설아가 얼마나 뻔뻔스러우면 박강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설아는 상처를 받은 척하고 있었다.
“너 잊었어? 엄마가 너한테 새 옷을 사주지 않을 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네가 하교하고 먹을 음식이 없을 때면 내가 챙겨주곤 했잖아.”
“게다가 생일에도 그래! 엄마가 케이크 하나 남겨주지 않았을 때 유일하게 내가 너한테 관심을 주고 아껴줬었어. 우리 둘 사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변한 거야? 말해 봐.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강설아는 슬픔에 잠긴 듯해 보였다.
마치 강은영이 그녀한테 상처를 주고 자매의 정을 하나도 기울이지 않는 천하의 나쁜 동생이 된 느낌이었다.
강은영은 시종일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가 연기하는 걸 지켜보았다.
강설아는 그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잊었어? 학교 학비를 못 낼 때도 내가 대신 내줬잖아.”
강은영은 눈빛이 매서워졌다.
강설아가 지금 지난 일로 따지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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