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이 거대한 눈보라는 다시 한 번 한태훈을 고열과 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어지럽고 흐릿한 상태에서 그는 계속해서 서하린의 이름을 불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서는 마음이 아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밤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서하린이 병원에 와서 한태훈을 한 번만이라도 봐주기를 간청했다.
하지만 결국 비서가 받은 것은 임승현이 보낸 녹음 펜뿐이었다.
고요한 병실 안에, 한태훈 혼자만이 있었다.
그는 손에 쥔 녹음 펜을 오래도록 바라보았고 결국 재생 버튼을 눌렀다.
소란스러운 소리 뒤로 서하린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그대로 들어왔다.
그녀의 말투는 조금 비웃는 듯했다.
‘만약 차연희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의 사과를 기다리지 못했을 거야.”
“사람들은 결국 진실을 알게 되고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늦은 후회를 전혀 필요 없었어. 나는 그 일들로 더 이상 한태훈 씨와 얽히고 싶지 않아. 다시 만나지 않는 게 그 사람과의 가장 좋은 결말이야.”
한태훈은 그 짧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그는 이 녹음이 위조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서하린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익숙했고 진짜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절대로 위조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고 심지어 그에 대한 증오조차 없었다.
담담한 목소리가 한태훈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태훈, 포기해. 너와 서하린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어.’
“쾅!”
한태훈은 손에 쥔 녹음 펜을 땅에 내리쳐 부수었다.
그는 눈이 충혈된 상태로 가슴을 움켜잡으며 헐떡였다.
이 장면을 본 비서는 놀라서 급히 달려왔고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태훈은 침대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꺼져!”
병실 문이 쾅 닫히자 한태훈은 절망에 빠져 병상에 쓰러졌다.
그의 눈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하린아...”
임씨 가문.
녹음 펜이 한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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