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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오점

다른 쪽에서도 열기가 뜨거웠다. 나유아는 보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성효진한테 종이 한 장을 넘겼고 성효진은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받았다. 둘은 손발이 척척 맞았고 자연스럽게 종이를 옷에 넣고는 드레스로 가렸다. 둘이 서로 귓속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배지혜가 높은 소리로 말했다. "효진 언니. 제가 오늘 언니 보러 갔을 때 언니가 디자인 초안 다 그렸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다른 디자이너들은 주제에 맞추느라고 일주일 걸려도 영감이 안 떠오른다고 그러더라고요." 배지혜가 다른 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모두가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유아가 배지혜를 보았을 때 배지혜의 표정에는 아무런 악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존경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여유롭게 웃고 있는 성효진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어제 성효진이 배지혜한테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정말 성효진이 어젯밤에 고선호를 찾아가 미리 주제를 알고 디자인 도면을 그린 건가?' 나유아는 디자이너들의 눈에 의심과 분노가 가득한 걸 보고 순간 멈칫했다. 배지혜의 말은 분명히 사람들한테 매치가 불공평하다고 알려주고, 미리 디자인 주제를 가져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우승자는 내정된 거라는 뜻이었다. 지금 수정은 성효진이고, 고선호 방에 가지 않았으니 배지혜한테 더 변명할 필요가 없었다. 성효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배지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배지혜 씨 증거가 없이 그런 말 하면 모함인 거예요." '꽃의 향기'의 디자인 주제는 아주 명확했다.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신분을 바뀌어서 그렇지 나유아가 아무런 일없이 열심히 창작에만 몰두하면 1시간 안에 충분히 초안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 배지혜는 반짝이는 눈으로 마음에 든다는 듯이 칭찬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분이세요! 제가 어젯밤에 선호한테 갔는데 조심성이 없어 선호 방 신발 갈아신는 장롱 아래에 있는 종이를 밟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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