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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해

고선호는 나유아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한 나유아가 가볍게 말을 건넸다. "고 대표 먼저 와서 밖에 무슨 상황인지 볼래? 어차피 언젠간 나가야 하잖아." 나유아는 말하면서 몸을 비켜주었다. 나유아의 태도가 강경하자 고선호는 더 말하지 않고 문 앞에 가서 방문을 열고 밖을 확인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 몇 명은 모두 배지혜가 불러온 사람들이어서 고선호를 건드릴 수 없는 지라 모두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 배지혜도 타이밍을 맞춰 뒤에서 나오면서 하품하며 말했다. "너 아직 안 잤어? 나 방금 쟤들한테 화장실 빌리러 갔었어." 고선호가 아무 말 하지 않자 배지혜는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 밖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고선호는 그제야 나유아한테 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고선호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면서 나유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고 대표 우리 언젠간 이혼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너 아주 걱정 없겠어." 고선호가 뭐라고 하려 했지만, 나유아는 이미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유아의 얼굴이 문 뒤로 사라져 버렸다. 고선호는 레드 브라운 문을 바라보았다. 공기에는 모두 나유아만이 가지고 있는 향으로 가득했다. 바디워시 향도 아니고 샴푸 향도 아닌 몸에서 나는 아주 연한 향이었다. 역시나 향기도 주인처럼 알아차릴 수 없이 애매모호했다. 고선호는 갑자기 짜증이 나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 방으로 돌아온 나유아는 방문을 닫고 문에 기대서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할머니한테 솔직하게 말해야겠어.' 이 결혼은 진작에 끝냈어야 했다. 고선호랑 나유아는 아무런 믿음도 없으니 강제로 묶어둔다고 해도 원한 말고는 다른 감정이 생길 수 없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유아는 세수를 마치고 디자인 원고를 성효진한테 가져다주려고 검사를 해 보니 한 장이 모자랐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성효진 방에 있나?' 이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나유아는 다급히 문을 열었다. 성효진이 예쁘게 꽃단장하고 마구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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