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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이걸로 할게요

나유아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곧 올게.” 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옅은 화장을 해 눈 밑의 다크서클을 가리고 깔끔한 수트를 갈아입은 후 하이힐을 신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홀 소파에 나란히 앉은 낯익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발걸음이 멈춘 나유아의 입가에 번지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도망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본 고선호는 곧 눈살을 찌푸리고 벌떡 일어나 몇 걸음 앞으로 걸어와 그녀의 팔을 잡고 덥석 잡았다. “나유아! 너 능력이 대단해, 여기까지 미행하다니!” 나유아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이혼할 것이라는 생각에 오해를 해명하기도 귀찮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입가에 예의 바른 미소를 띠며 말했다. “고선호 씨, 저 지금 출근 중이니 자중하세요.” 고선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귀찮은 듯 물었다. “내가 돈을 안 줬어? 나와서 이런 짓을 해야 할 정도로 돈이 부족해?” 나유아는 씩 웃었다. 그녀가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속인 적이 없다. 그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다면 평소 그녀가 그린 디자인 원고를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고 그녀에게 마음을 나눠준 적이 없으니 그녀가 그를 떠나면 이런 일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혼했으니, 내가 뭘 하든 당신 체면을 구기는 게 아니야. 지금 이러는 거 배지혜 씨가 오해하실까 봐 두렵지 않아?” 그들은 3년 동안 비밀결혼했으니 배지혜는 아마 그녀가 누군지 모를 것으로 생각했다. 고선호는 그녀의 말에서 뭔가를 알아차리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혼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나유아는 힐끗 그를 훑어보았다. 그날 밤 그는 배지혜에게만 정신이 팔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도 그는 ‘집’에 가지 않으니 이혼 협의서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소홀했다. 그녀는 힘껏 고선호의 손을 떼고,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혼 협의서는 내일 당신 회사에 보낼 테니 서명하는 거 잊지 마!” 고선호가 계속 물으려 하자 배지혜는 까치발을 하고 홀에서 그의 앞으로 뛰어가 달콤한 보조개를 드러내고 물었다. “선호 씨, 무슨 일이야?” 고선호가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야, 왜 왔어?” 배지혜는 나긋하게 그의 옆에 기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오랫동안 안 나오길래 와 봤어, 이 직원 아는 사람이야?” 고선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잘못 봤어.” 결혼 3년, 그녀는 그의 입에서 낯선 사람보다 못했다. 나유아는 차갑게 웃었지만 그와 실랑이하기 귀찮아 빠른 걸음으로 떠나려는데, 배지혜가 고선호의 팔짱을 끼고 다가와 입을 열었다. “잘못 보는 것도 인연이니 도와드려야죠.” “‘수정' 디자인의 웨딩드레스 좀 보여주시겠어요?” 콩깍지를 벗겼다고 큰소리쳤던 나유아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이렇게 급했던 걸까? 이혼도 안 했는데 벌써 배지혜와 결혼한다는 건가? 배지혜가 말하는 웨딩드레스는 최근 몇 년간 수정이 디자인한 유일한 드레스다. 지금까지도 엔효의 가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걸려 있는데, 가격이 매우 비싸서 사지 못하는 이것은 비매품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나유아가 일일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으로 지키지 않을지도 모르는 고선호의 약속을 위한 것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두 사람을 그 웨딩드레스 앞으로 데리고 갔다. 놀라고 기뻐하는 배지혜의 표정을 보며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배지혜는 진열장 속 웨딩드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할게!” 고선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해.” 옆에 동행한 비서가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었다. “고객님, 이 드레스는 외부에...”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유아가 말을 가로챘다. “파는 게 맞아요. 가격이 좀 비싼데, 7억18만이에요.” 견적을 들은 배지혜는 망설임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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