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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행복한 순간

"너희들 두 사람 다 바쁘니까 귀찮게 안 하려고 그랬지. 내가 길 아니까 괜찮아." 할머니는 고선호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저희 귀찮지 않아요. 할머니 혹시 절 손주사위가 아니라 남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고선호는 조금 진지한 톤으로 말했다. 나은희는 연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너희들이 바쁠까 봐 그래서..." 고선호는 할머니의 말을 끊고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할머니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요. 절대 귀찮지 않아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기뻐하셨다. 식사할 때 나유아가 도와줄 기회도 없이 고선호가 할머니를 너무 잘 챙겨주었다. 나유아는 고마움과 존경을 담은 눈빛으로 고선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선호는 연기를 너무 잘했다. 나유아가 전에 귀띔한 게 아니었다면 이게 다 고선호의 연기라는 걸 절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나유아는 주방에 설거지하러 가려고 했다. 집에서 한 번도 일을 해본 적 없는 고선호가 갑자기 자신이 테이블을 닦겠다고 했다. "아니야 내가 할게. 넌 할머니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나유아는 손에 있는 행주를 꼭 쥐고는 겁에 질린 듯한 말투로 말했다. 고선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녀가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내가 한가하게 앉아 있으면 할머니 마음이 좋지 않을 거야." 고선호의 말에 납득한 나유아는 고민 끝에 행주를 건넸다. 그러다가 또 걱정되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닦을 줄 알아?" 나선호는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분명 고선호를 모욕하는 것이었다. 고선호는 나유아의 말에 답하지 않고 행주를 들고 나갔다. 할머니는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고선호가 질서 있게 테이블을 닦고 바닥을 쓸고 닦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손주사위가 우리 손녀를 많이 아껴주네.' 사랑하지 않고서야 귀한 재벌 집 도련님이 어떻게 이런 집안일을 하겠는가? 고선호는 바닥을 다 닦고 나서야 할머니와 얘기를 나눴다. 놀랍게도 그는 몇 마디 말로 할머니를 기분 좋게 만들어 드렸다. 나유아는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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