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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

방 안. 나유아는 장선댁이 가는 걸 보자마자 얼른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이기 전에 고선호가 침대에 눌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고선호의 가슴을 밀며 두 사람 사이를 띄워놓고 말했다. “장선댁도 갔는데 왜 그래?” 고선호는 그녀를 그윽이 내려다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네가 날 잡았건 이러려고 그런 거 아니야?” 나유아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말했다. “방금 장선댁이 내게 오지 말라고 주의를 준 거야! 너 미쳤어? 별걸 다 생각해!” 고선호가 강제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유아는 필사적으로 손을 빼려 하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하는 거야!” 고선호가 또박또박 되물었다. “알려줘?” 나유아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비켜!” 고선호는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 “싫어?” 나유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당신도 알잖아, 싫은 사람은...” ‘누군가 있는 건가?' '내가 정말 이렇게 싫은 건가?’ 이런 생각에 방금 좋았던 기분이 싹 가셨다. 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던 고선호의 눈빛이 다시 평소대로 돌아오더니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왔다. “당신이 침대에서 자.” 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옮겨 곧장 밖으로 나갔다. 나유아는 그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침대에서 자라고 했으니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갑자기 장소를 옮겨서인지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니 몸도 점점 뜨거워졌다. ‘이제 겨우 3월인데 왜 이렇게 덥지?’ 나유아는 짜증스러운 듯 잠옷 단추를 두 개 풀었다. 하지만 여전히 더웠고, 무슨 이유인지 아까 제비집을 마실 때 숟가락을 쥐었던 고선호의 손이 자꾸 떠올랐다. 희고 길어서 보기만 해도 힘이 있어 보였다. ‘이런 생각을 왜 해?’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이불을 걷어찼다. 그녀가 거의 의식이 없을 때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고선호는 침대 위에 있는 그녀를 보고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 침실은 어두웠고, 환한 달빛은 두껍고 화려한 커튼으로 꽁꽁 가려진 채 희미한 무드등만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곳은 그 일을 할 때 가장 만지기 좋아하는 곳인데 두 손으로 감을 수 있다. 고선호의 깊은 눈동자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에게 침대에서 자라고 했지만 자신이 소파에서 잘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반대편에 누워 눈을 감으려 하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하얀 손가락이 그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러더니 손가락이 단추 틈으로 또 들어갔다. 그녀의 날씬하고 곧게 뻗은 다리는 어둠 속에서 거침없이 그의 몸을 감았다. 고선호의 호흡이 점점 무거워졌지만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가웠다. “아까 원하지 않는다더니 지금 밀당을 하는 거야?” 몸이 너무 뜨거웠던 나유아는 고선호의 비웃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음까지 내기 시작했다. 남자라면 더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선호는 한 손으로 그녀를 침대에 눌렀다. 나유아의 마치지 못한 중얼거림은 뜨거운 키스에 파묻혔고 남자는 탐욕스럽게 그녀의 숨결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고선호야말로 그냥 놔두기 어려운 사람이야.’ 이런 생각에 나유아는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다다를 무렵, 옆에 있던 고선호의 휴대전화가 때아니게 울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전화한 사람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고선호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고선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황급히 말했다. “기다려,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주저 없이 옷을 입고 문을 닫은 그는 나유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는 나유아는 몸이 뜨거웠지만 가슴은 차갑기만 했다. 추위와 더위 사이를 오가는 그녀는 눈시울이 찡해지며 거의 벌거벗은 몸을 내려다봤다.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남자는 없다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배지혜에 대한 고선호의 사랑이 대체 얼마나 애틋하기에 이런 순간에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었던 걸까. 나유아는 꼼짝 않고 누워있다. 그 순간 이성을 찾았을 뿐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아무리 바보라도 방금 장선댁이 가져온 제비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신혼 첫날밤... 그날도 그녀였겠지? 실망인지 마음이 식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욕실로 가서 욕조에 찬물을 가득 채웠다. 또 침실 작은 냉장고 안의 차가운 음료수와 술을 한꺼번에 꺼내 욕조에 전부 던져 넣고 이를 악물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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